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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댕긴 표밭 기선잡기 공방(대선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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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변화·개혁은 다수당인 민자당만 가능” YS/“민자공약은 실정일람표… 물가 잡겠다” DJ/“썩은 정치 그만… 힘모아 새나라 건설하자” CY
민자·민주·국민·신정당 대통령후보들이 21일 일제히 첫 유세를 갖고 뜨거운 공방전을 벌였다. 이들은 일요일인 22일에도 소규모의 다발적인 집회를 갖는다.
각당은 연예인 동원 등 갖가지 신기법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혼신을 다했으나 청중들의 태도는 차분했다.
▷김영삼후보◁
21일 첫 유세에 나선 김영삼민자당후보는 헬기 버스를 번갈아 타며 서울→음성→충주→단양→제천→영월→사북→태백으로 강행군했다.
김 후보의 유세에는 점보트론(전광판차량)이 등장해 김 후보의 유세를 현장에서 영화스크린처럼 비치게해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처음 보고 신기해했다.
김 후보의 이날 유세에는 내신기자 50여명,외신기자 10여명이 동행,취재경쟁을 벌였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30분쯤 첫 기착지인 음성에 헬기편으로 도착,음성시장앞에 모인 청중들에게 『10대조 할아버지가 이곳에 사셔서 충북은 나의 뿌리라는 생각에서 음성을 첫 유세지로 택했다』고 인사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김 후보는 『우리의 조상이 모두 농민이었던 만큼 앞으로 농민을 조상모시듯 하겠다』며 『1등 농촌을 만드는 것이 나의 신한국건설의 핵심내용중의 하나』라고 역설했다.
김 후보는 이어 버스편으로 충주실내체육관앞 광장으로 이동,많은 군중앞에서 첫번째 본격유세를 시작.
충주유세장에는 유세시작 한시간전부터 김 후보 지지 연예인모임인 「큰 나래회」소속 연예인 김형곤·이덕화·김희라·김지애·보컬그룹 코리아나 등이 나와 찬조연설·노래공연 등으로 흥을 돋웠다.
또 20명의 김덕수사물놀이패·에어로빅댄서 30여명도 찬조출연,김 후보 지지를 유도했다.
유세장주변에는 청중동원용 관광버스가 전혀 보이지 않아 유세준비에 비교적 세심하게 신경쓴 인상을 풍겼다.
그러나 성내동의 박조위할머니(75)는 『청년 1명이 집에 찾아와 김 후보를 보러 나오라고 했다』고 밝혀 대규모 군중동원은 안한 대신 각개격파식 전략을 사용한 느낌.
오전 11시30분쯤 김 후보가 1백50여명의 민주자유청년봉사단(민청) 단원의 호위를 받고 유세장에 나타나자 당원들은 「YES·YS·OK」 「성은 김이요 이름은 03」 「김영삼 밀어주어 중부시대 꽃피우자」 등의 플래카드를 흔들고 「김영삼 대통령」을 연호하며 환호.
김 후보는 『대통령으로 누구를 뽑느냐는 것은 우리 자신만이 아닌 사랑하는 아들·딸의 미래에 관한 문제』라며 『변화와 개혁은 말로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국회에서 힘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역설.
김 후보는 오후 2시30분쯤 제천시 제천역앞 광장에서 『충주∼제천간 국도공사를 완공,울고 넘던 박달재를 웃고 넘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수많은 인파가 운집한 제천유세에서 이곳 국회의원 이춘구선거대책부위원장은 김 후보 연설에 앞서 『제천시가 생긴이래 가장 많이 모여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며 『유세 첫날 이곳을 찾은 김 후보에게 용기를 드리자』고 연설했다.<제천=이상일기자>
▷김대중후보◁
21일 첫 유세의 막을 수도권인 안산→시흥→부천에서 연 김대중민주당후보는 『33개월간 이 나라의 모든 것을 망친 민자당 정권을 이번만은 바꿔보자』고 역설하는 것으로 분위기를 잡았다.
김 후보는 오전 10시50분 영등포역에서 안산행 전철을 타기 직전 역광장에서 열린 영등포·구로지역 학생가장돕기 자선바자회에 들러 1만6천원짜리 냄비 1개와 3만원 상당의 스웨터를 사 이들을 격려.
김 후보는 전철안에서 회사원 신미란씨(24·여·동남앤덤근무)에게 『여자도 전문지식을 갖춰야하는 시대』라고 한마디.
김 후보는 안산의 초지운동장에서 『김영삼후보가 요즘 신문광고에 물가안정·교통난해소 등을 역설하고 있는데 지난 33개월간 당내 권력투쟁만 했다는 실정일람표』라고 몰아세우자 청중들이 『옳소』라고 박수.
안산에서 40여분 머무른 김 후보는 시흥 삼미시장으로 가 저녁찬거리를 사러 온 50여명의 상인·주부들과 악수를 나누며 물가를 물어보고 『많이 올랐다』고 하자 『우리가 물가를 잡을 수 있다』고 약속했다.
이어 열린 부천 시민운동장 유세에서 김 후보는 연설장 1백m전에서 무개트럭으로 옮겨탄뒤 「V」자를 그리며 유세장에 들어갔으며 청중들은 피킷과 수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유세장에는 「이번에는 바꿔보자 2번으로 바꿔보자」 「12월18일 금요일에 바꿉시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렸고,연설에 앞서 치어걸 10여명이 나와 『아 대한민국』에 맞춰 춤을 추었고 일부 청중들도 따라 춤을 추기도 했다.
김 후보는 『총선에서 우리당 의원을 전원 당선시켜 민주역량을 과시한 이곳에서 첫 유세를 시작한 이유는 대선에서도 금메달을 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청중들은 『와』하며 화답하면서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부천=박보균·최훈기자>
▷정주영후보◁
21일 오후 2시30분 인천시청앞 광장에서 처음 열린 국민당 유세에는 많은 인파가 운집했으나 쌀쌀한 날씨탓인지 열기는 부족한 편이었다.
정주영후보는 승용차로 도착한뒤 행사장옆에서 유세용 무개차에 옮겨타고 대회장에 모인 인파사이로 입장했다. 정 후보의 입장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가면서 청중들은 진행요원에 선창에 따라 『정주영』 『대통령』을 연호.
정 후보는 높이 10여m의 대형사진이 배경에 장식된 연단에 올라 『온세계에서 우리민족만큼 총명하고 부지런한 국민은 없다. 그런데 왜 이렇게 못사느냐』고 반문한뒤 『모두 썩은 정치때문이다. 자기네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떠드는 경상도 김씨,전라도 김씨 때문』이라고 양김씨를 싸잡아 공격했다.
정 후보는 이어 『이곳 인천은 내가 어렸을때 부두에서 등짐으로 하역하며 오랫동안 살았던 곳』이라고 연고를 강조한뒤 『같이 힘모아 새나라를 건설해보자』고 마무리.
23분 연설 예정이었던 정후보가 3분 가량밖에 연설하지 않은 반면 찬조연사인 한영수의원은 5분 예정에도 불구,15분가량 가장 열변을 토했다.
한 의원은 『이 나라의 경제를 실질적으로 이끌어온 지존의 인물은 정주영후보를 당선시켜야 나라가 산다』고 서두를 꺼낸뒤 『호남에서는 어차피 김대중씨를 찍어봐야 당선되기 어려우니까 국민당 정주영지도자를 찍어주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고 주장. 한씨가 연설을 끝내자 정 대표는 흡족한 표정으로 일어나 악수.
이날 유세에는 다른 당의 유세와 달리 맨앞줄에 파커차림에 「정주영」 띠를 두른 직장인풍 젊은이,바로뒤에 청바지와 청재킷을 입은 대학생 정도의 젊은 남녀,그뒤에는 주로 여성청중으로 질서정연해 눈길,이들은 연단위의 사회자 선창과 농악패의 장단,청중앞줄 치어리더들의 손짓에 따라 질서 정연하게 연호해 현대당원가족들임을 넌즈시 일깨워주었다.<인천=오병상기자>
▷이종찬후보◁
이종찬새한국당후보는 21일 오전 당원·지지자 등 5백여명과 함께 「독립기념관」을 참배하는 것으로 출정식을 대신했다.
때마침 기념관 정문에는 「11월의 애국지사 우당 이회영」(이 후보의 조부)이라는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는데 이는 지난 17일이 고인의 60주기여서 기념관측이 이달의 애국지사로 선정했기 때문.
이 후보는 분향을 끝내고 유품전시실에 들러 혈흔이 남아있는 조부의 옷을 바라보며 잠시 눈물을 흘리는 등 숙연한 분위기.<신성호기자>
▷박찬종후보◁
박찬종신정당후보는 21일 오후 롯데백화점앞·서울역광장 등 세군데서 잇따라 정당연설회를 열고 자신의 저서인 『색시 얻어줄께,서울가지마』를 서명,배포하고 즉석에서 시민들과 일문일답도 갖는 등 특유의 노상토론회 방식을 재연.
박 후보는 『YS가 당선되면 경상도의 승리,DJ가 당선되면 호남의 승리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온 국민의 승리를 위해 자금·조직의 열세에도 불구,내가 나섰다』고 지지를 호소.<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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