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찾은 벨트…옛친구 만난 기분"|인고 11개월 딛고선 프로복서 유명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집념의 복서 유명우(28·대원체)가 침체의 늪에서 허덕여 온 한국프로복싱에 도약의 불을 지폈다.
유는 비록 KO승을 이끌어 내진 못했지만 이에 버금가는 치열한 타격 전으로 통쾌하게 설욕, 리턴매치에서 세계타이틀을 따내며 복싱팬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주었다.
한국은 유명우가 3백37일만에 WBA주니어플라이급 타이틀을 재탈환, 문성길(28·WBC슈퍼플라이급·카멜), 박영균(25·WBA페더급·현대)등과 함께 모두 3명의 챔피언을 보유하게 됐다.
무관 11개월 동안 절치 부심, 인고(인고)의 나날을 지내다 이제야 잠깐 한숨을 돌린 자랑스런 챔피언 유명우를 스포츠 초대석에 초대했다.
-소감은.
▲6년 동안이나 보유해 정든 친구와도 같았던 타이틀 벨트를 되찾은 기쁨도 물론 크지만 무엇보다 응어리진 한을 풀어 속이 시원합니다.
-부상은 어느 정도입니까. (유는 19일의 귀국 때부터 오른쪽 눈 위에 큼직한 반창고를 붙이고 있었다).
▲6회 중반 이오카의 왼쪽이마에 부딪혀 오른쪽 눈 위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고 7회부터는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감각이 없어져 고전했습니다. 눈 위는 3바늘을 꿰맸습니다. 한 20여일 정도 쉬면 경기도중 입은 타격후유증에서도 회복되리라 봅니다.
-지난해 말 타이틀을 뺏긴 뒤 챔피언시절에 겪어 보지 못한 씁쓸함을 일상생활에서 많이 느꼈다는데….
▲자격지심 탓이라고 대범하게 넘기려 했지만 패자에 대한 팬들의 애정이 인색한 것만큼은 사실입니다. 이제 제게 동안(동안)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어요. 변해 버린 얼굴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 같습니다.
-재기를 선언한 것은 지난 7월1일로 그동안 은퇴와 재기의 갈림길에서 번민했다 죠 .
▲사실 지난해 12월17일, 타이틀을 내주었을 때부터 곧바로 설욕을 노려 왔습니다. 그러나 경기 때마다 피를 말리는 체중감량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보아 온 아내의 쓰라린 아픔도 있고 해서 쉽사리 재기를 선언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역시 가장 힘든 것은 체중감량인지요.
▲모든 복서들에게 공통된 것 일겁니다. 훈련을 마무리한 뒤 계체량을 3일 앞두고 돌입하게 마련인 단식(하루 한두 잔의 주스만으로 연명)과 사우나 등 감량작전은 정말 극한상황을 체험케 합니다.
-만일 이번 리턴매치에서도 패했다면 은퇴했을 것입니까.
▲지난해의 패배가 오랜 챔피언생활이 빚은 다소 나태한 준비상황에서의 결과라 훈련이 충분했던 이번 경기에선 결코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자연히 은퇴 생각도 못해 봤구요.
-매니저비용 등을 뺀 대전료가 당초 알려진 5천만원보다도 훨씬 많은 6천4백 만원으로 도전자치고는 파격적인 대우였다는데요.
▲제가 그곳에서 그만큼 인기가 있었나 봅니다. (유는 이로써 모두 19차례의 세계타이틀매치를 통해 매니저 료 포함, 모두 16억8천4백 만원을 벌어들여 자기 몫으로 약 11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유는 이 돈을 부친 유한식(유한식)씨와 상의, 한푼 낭비 없이 알뜰하게 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세워졌습니까.
▲주위에선 WBC챔피언 움베르토 곤잘레스(멕시코)나 IBF챔피언 마이크 카바할(미국)과의 통합타이틀전, 플라이급으로 한 체급 올려 2체급 석권 등 갖가지제안이 있습니다. 또 2∼3차례 더 방어전을 치르다 명예롭게 은퇴하는 방법도 있구요. 그러나 그동안 오직 이오카에게의 설욕만을 생각해 왔기에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당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계획을 세울 작정입니다. <유상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