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과학 기술협력 긍정적|정형진<KIST 한-러 과학기술협력센터 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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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선진기술보호장벽의 돌파와 국내기술개발능력의 한계극복을 위하여 다원적 국제협력사업을 핵심전략으로 채택하여 추진해야 한다. 즉 전 방위 적 국제과학기술협력의 적극적 전개가 요구된다. 이를 위한 최선의 현실적 대안으로 러시아와의 과학기술협력 강화를 들 수 있다.
러시아 경제는 현재 심각한 스테그플레이션에 빠져 있다. 수요가 크게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러시아의 입장에서 보면 악화된 국내경제사정을 해소키 위해 한국의 석화가 필요하고, 값이 싸면서도 질이 좋은 생필품을 신속히 조달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아울러 일본과 이웃 국가들을 자극하여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지렛대로서 한국을 활용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한국이 경제개발 경험을 통해 쌓은 노하우와 기업경영기술을 이전 받을 수 있는 이점이 크다고 판단할 것이다.
반면 한국의 가전제품 생산기술 및 경공업제품 관련 상업화기술은 러시아에 기술을 이전 시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러 양국은 이처럼 여러 분야에서 상호 보완적인 입장에 있다. 서로의 수요를 어떻게 현실로 연결시키느냐에 따라 양국의 공동 이익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이같은 상호협력은 지금이 최적기로 판단된다.
한-소간 과학기술협력은 90년12월 모스크바 정상 회담에서「한-소 과학기술협력 협정」「양해각서」등을 체결·교환함으로써 정부차원의 협력토대를 마련하였으며 92년6월에는「양국간 과학기술협력강화를 위한 합의의정서」를 서명, 교환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양국간의 주요 협력 사업은 러시아 기술의 기업화, 과학자 상호교류, 기술이전 촉진, 러시아 과학자초청·활용, 서울과 모스크바에 현지 기술협력센터 설치·활용 등 이 있다. 이 중에서 첨단 기술이전 기업화 사업은 현재 48개 합의 과제 중 재료·레이저·항공분야 등 20개 과제가 양국 연구소 및 기업의 참여아래 수행되고 있다.
인력 교류 면에서는 91년에만 4백여 명의 과학 기술자교류가 이루어졌으며 금년부터는 단기보다 3개월 이상의 중장기 교류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외에도 삼성·대우 등 민간 기업이 주축이 되어 한-러 기술협력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군사기술의 민 수화 계획에 한국기업들이 적극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이한·러 과학기술협력 사업은 짧은 기간에 가시적인 큰 성과를 얻은 국가간 기술협력의 성공사례로 평가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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