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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벌판에 심는「한국의 기적」|(주)대륙개발 삼강 평원 개발현장을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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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땅과 하늘이 맞닿은 가없는 지평선이 까마득하게 보이는 만주벌의 삼강 평원을 비옥한 곡창지대로 바꾸는 대 작업이 한국인들의 손에 의해 이루어진다.
「만주벌판까지 진출했던 고구려와 발해가 멸망한 이후 1천여 년 동안 잊혀졌던 우리의 옛 땅에 한국의 얼을 심는」이 작업은 대륙종합개발주식회사(대표 장덕진)가 주축이 돼 중국 흑룡강 농업개발 총 공사(사장 이극달)와 손잡고 앞으로 5년 개발, 70년간의 합자기간을 통해 이루어지게 된다. 지난 4월 양측이 합의, 이미 흑룡강성 하얼빈시에 합자회사인 중한합자 흑룡강 삼강 평원 농업개발 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중국과 70년간 합작>
삼강 평원은 백두산 천지에서 발원한 송화강과 흥안령에서 시작한 흑룡강 및 우수리강 등 삼강이 교차하면서 이루어 놓은 남한의 1·2배에 달하는 대평원. 이중에서도 대륙개발 측이 「푸른 농원」의 꿈을 가꾸는 곳은 흑룡강성 부금시 두흥 개발지구로 총 면적 1억1천4백 만평(3백76·2평방km)에 이른다. 이 면적은 서울 여의도를 2백80만평(8·48평방km)으로 계산할 때 약 44배에 달한다.
한중 경제협력 중 농업투자로는 처음 이루어지는 이 작업은 중국정부로부터 토지를 평당50전에 임차, 이를 개간한 뒤 콩·밀·쌀 등을 경작하는 대규모 영농사업.
자본금 3백86만 달러에 총 투자규모가 4천3백만 달러인 이 사업의 한국 측 조달 액은 2천4백10만 달러. 서울의 M백화점 S사장 등 대륙개발 측 투자자들이 부동산 등을 담보로 사용할 수 있도록 내놓아 국내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린 후 중국농업은행의 지급보증 하에 합자회사에 사업자금을 제공하게 된다. 또 나중에는 5년 거치 15년 균등분할 상환으로 원리금을 되돌려 받게 된다는 것이 대륙개발 측의 설명이다.
대륙개발 측은 93년부터 98년까지 5년간을 개발사업기간으로 정하고 1차 합작기간이 70년으로 돼 있는 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매년 콩 7만t, 밀 2만t, 쌀 2만3천여t의 수확을 하게 된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삼강 평원의 두흥 지구가 역사적인 개발기회를 접하게 된 것은 지난 88년 중국정부가 이 지역일대를 농업 특구로 지정, 외국으로부터 자본과 기술을 들여와 공동개발을 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면서부터.
장 회장은 90년 4월 대륙연구소조사단을 현지에 파견, 두 달에 걸친 사업타당성 조사를 벌였으며 그간 여덟 차례 중국을 드나들며 일을 진척시켜 중국국가계획위원회의 사업승인을 받아 지난4월 합자회사를 설립했다. 현재 중한합자 흑룡강 삼강 평원 농업개발 유한공사 이사장 직을 맡고 있는 장 회장은 이 사업의 목적이 ▲농장 및 향후 부대사업 운영에 의한 사업수익확보 ▲1억 인구의 중국 동북부지역 시장확보 ▲저렴한 가격의 원자재 수입원확보 ▲대 중국무역의 점차적 확대로 진출기반 확보 등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목적달성을 위한 제방여건이 좋은 편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우선 개발비가 1억 평 조성 시 평당 2백80원으로 매우 저렴(국내 1만5백90원)하며 토지의 유기질 함량이 10%이상으로 매우 비옥하고 국내의 10분의1에 해당하는 인건비(월 평균 3만1천 원)등 이 생산작물의 경쟁력을 제고시킨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가 콩·밀의 수입 선을 미국에서 중국으로 돌릴 경우 수송비절감의 이득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사업의 경제성여부에 대한 일부의 논란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2천4백만 불 투자>
연 강우량이 7, 8월에 대부분 집중돼 홍수와 한발의 피해가 크며, 특히 1월에는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내려가 언 땅이 깊어지는 등 작물재배에 자연조건이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이 지역은 1만m에 1m정도의 경사밖에 없어 비가 오면 물이 빠지지 않고 펄처럼 변해 엄청난 자금을 들여 배수시설을 할 경우 과연 경제성이 있겠느냐는 반론이다. 또 중국철도나 도로사정이 낙후해 곡물수송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대륙개발 측 전문가들은 이미 홍수의 문제점을 파악한 중국정부가 그동안 개발지역에 폭 1∼1·5km, 총 연장 27km에 달하는 운하인 신칠성하를 건설해 배수시설의 기본적인 골간을 해결한 셈이라고 했다. 기자에게 신칠성하 건설현장을 안내한 두흥 지구 관할시인 부금시의 한인시장과 대륙개발주식회사 김민철 개발부장은『지난해 삼강 평원에 50년만의 집중호우가 쏟아졌을 때도 운하건설로 인해 별 탈없이 넘어가 앞으로 배수 지관을 설치하면 충분히 경작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현지조사단의 일원으로 이 사업에 참여한바 있는 노건길 농어촌진흥공사 농어촌개발 처 부 처장(농학박사)은『삼강 평원은 위도 상으로 캐나다보다 아래고 미국의 북부, 독립국가연합의 우크라이나 곡창지대와 유사하다』면서『봄철 가뭄은 충분한 지하수 개발로 가능하며 중국의 현지수송 조건을 감안해도 미국에서 수입 시 15일 걸리는 것보다 5일정도 단축된다』고 주장했다.

<「안중근 농원」명명>
40년간을 농업전문가로 일해 온 남 병원 흑룡강성 농업목축 청 총 농예 사와 금경 흑룡강성농업과학원 연구원은『강수량·작물의 생육기간·온도 등의 조건으로 볼 때 개발지구의 곡물생산은 큰 무리가 없다. 80년 이후 두세 차례 가뭄이 왔으나 이 또한 별 어려움 없이 이겨냈다』고 말하면서『문제는 배수시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설치, 경제성을 높이느냐가 관건』이라는 공통된 반응을 보였다.
현재 흑룡강성 하얼빈시 남천 호텔 2층에 임시사무실을 두고 있는 중한합자 흑룡강 삼강 평원 농업개발 유한공사에는 조선족 4명을 포함해 모두 30명이 일하고 있으며 두흥 지구에는 20여명이 작업을 준비중이다. 공사 측은 현재 해당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기존중국농민들을 이주시키는 문제로 인해 올해의 일부지역 파종계획이 늦추어졌다고 했다.
12월부터는 해당지역에 배수로와 관개시설을 설치하면서 농장사업에 필요한 트랙터·콤바인 등의 농기계를 수입해 들여올 계획이라는 것.
농기계를 조작할 5백여 명의 인부는 농장 부근도시인 부금·가목사시에서 기계조작시험을 거처 선발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삼강 평원에서 우리가 수확한 밀·콩을 국내에 선보이겠다』고 장담하는 장덕진 회장은 이곳이 일제하 우리조상들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벌인 곳이며, 마침 안중근 의사가 의거한 하얼빈이 가까운 만큼 이 농장이 완성되면 농장이름을 안중근 기념농장이라 명명하기로 중국 흑룡강성정부와 합의했다고 전했다. 【중국하얼빈=고혜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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