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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개봉 3선|늦가을 스크린 고급영화 "손짓"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주말에 볼만한 영화 세 편이 관객을 찾는다.『세상의 모든 아침』『이너서클』『발몽』이 그것들로 영화팬에게는 물론 호기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괜찮은 기회일 듯 싶다. 분명하게 주제를 잡고 특이한 소재를 잘 연출해 영화다운 재미와 함께 여운을 남겨 주기 때문이다.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의 체코출신 밀로스 포먼이 연출한『발몽』은 그가『아마데우스』이후 5년만에 내놓은 작품이다.『이너 서클』은 소련출신으로 84년 미국에 건너간 안드레이 콘잘로프스키 감독이 소련의 붕괴에 힘입어 7년만에 모스크바로 돌아가 촬영한 스탈린 체제 비판영화다. 『세상의 모든 아침은』올해 세자르 상 7개 부문 석권 및 루이 델릭 상을 받은 음악영화다.
『발몽』은 18세기 프랑스 귀족사회를, 『이너 서클』은 스탈린 치하 소련사회를 각각 독한 풍자로 비판해 그 시대의 속사정과 뒷모습을 밝히고 있다.
『발몽』의 풍자는 조롱에 가깝고『이너 서클』의 그것은 끔찍한 우화를 연상시키는데 불행하게도 영화의 내용은 실화다.
반면 『세상의 모든 아침』은 앞의 두 편에 비해 극히 담담하면서도 내연하는 연출로 음악이 빚은 비극과 회한, 그리고 음악을 통한 해 원을 그리고 있다.
실재했던 비올라의 달인들로서 사제지간인 생트콜롱브와 마렝 마레, 그리고 마레와 클롱브의 딸 사이의 비련이 줄거리다.
은둔의 자연주의자 클롱브가 자신의 딸을 배신, 죽음으로 몰아간 출세주의자 마레를 음악의 이름으로 용서하는 결말을 맺어 음악의 위대성을 강조한 영화다.
클롱브 작곡의『눈물』『부드러운 가보트 춤곡』『비올라 협주곡「귀환」』, 마레 작곡의 『아라베스크』『바디나주』『몽상가』『생트 콜롱브를 위한 무덤』등 많은 곡들이 전편에 흐르면서 영화를 이끌고 있다.
알랭 코르노 연출로 장 피에르마리엘이 콜롱브 역을 맡았고 마레 역은 제라르드파르듀와 그의 아들인 기욤 드 파르듀가 젊은 날의 마레와 그후를 맡아 이채롭다.
『이너 서클』은 영화를 좋아했던 스탈린의 전속 영사기사였던 이 반 산신의 가정과 그의 이웃의 비극을 통해 지금 보면 끔찍하면서도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스탈린 시대의 소련을 고발하고 있다. 감시와 고발, 숙청이 횡행하던 당시의 시대적 광기 때문에 자신들이 스탈린의 직접 희생자인줄도 모른 채 스탈린 시신에 참배하려고 아우성치다 1천여 명이 압사하는 마지막 장면은 콘잘로프스키 감독의 조국의 역사에 대한 눈물겨운 조롱으로 보인다.
스탈린·베리아 역의 연기자가 실제와 흡사해 재미있고 스탈린 체제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다 아내를 자살에 이르게 하는「착하나 멍청한」산신 역은『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 역을 맡은 톰 헐스가 연기했다.
59년 로제 바딤, 89년 스티븐 프리어즈에 이어 세 번째로 영화화된『발몽』은 프랑스의 고전연애소설인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위험한 관계』가 원작으로 잘 알려진 대로 바람둥이 청년 발몽의 자유분방한 연애와 반항, 죽음을 그렸다.
종전의 영화가 이기적인 자유연애주의자 메르테유후 작 부인에게 초점을 맞 춘데 비해 이번의『발몽』은 발몽에 의해 처녀성이 짓밟히는 철없는 소녀 세 실을 중심으로 그 주변 인물들을 관찰하듯이 그려 당시귀족사회의 위선과 도덕적 부패를 다각적으로 풍자한 것이 특징이다.
발몽 역은 클린 퍼스가 맡았고 아네트 베닝이 요염한 악녀 메르테유 역을, 멕 딜리가 청순한 투르벨 역을 맡아 대조적인 면을 살렸다.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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