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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론만 나열한 “과감한 육성”/중기지원(3당공약의 허실:1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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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금융·세제지원 구체안 미비/시행중인 정책도 끼워넣기
경쟁력을 잃고 있는 우리경제가 활력을 되찾기위해서는 대기업 위주의 성장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의 기반을 튼튼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세계의 경제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는 소량다품종 생산체제 구축이 시급한 점을 감안할때 대기업보다 몸이 가벼운 중소기업을 육성하는게 당연한 일이다.
민자·민주·국민 등 3당의 중소기업정책은 이같은 현실을 인식,중소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과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각당이 발표한 정책중에는 정부가 이미 시행중이거나 내년에 실시하기로 한것들이 끼어있어 아이디어 빈곤현상이 두드러진다.
특히 금융·세제지원 공약사항들은 대부분 금융현실과 괴리돼 실제로 실현이 불가능한 선심성 공약이 많고 구체적 대안없이 원론적으로 좋다는 얘기만 늘어놓은 것들도 있다.
이는 중소기업의 육성이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각당이 우선 겉으로 드러나는 지원만 강조함으로써 생색을 내는데 급급했을뿐 장기적인 안목에서 고심한 흔적이 별로 없다는 얘기가 된다.
또한 우리나라 전체산업의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중소기업정책을 제시하기보다 대기업은 「강자」이고 중소기업은 「약자」이므로 보호해야 한다는 식의 편의적인 사고도 엿보인다.
각당이 제시한 정책을 보면 크게 금융·세제지원과 창업절차 간소화 등 창업기업에 대한 지원,기술개발 의지의 표명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민자당의 경우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늘리기 위해 대전·인천·광주 등에 중소기업 전담은행 설립을 약속하고 있으나 이는 6공의 미실현 공약인데다 이미 설립된 부산·대구의 중소기업 전담은행이 어려움을 겪고있는 사실을 감안할때 현실성있는 대안이라고 볼 수 없다.
더구나 신용대출의 정착 등 금융풍토의 근본적 개선이 뒤따르지 않고 은행만 늘린나고 해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이 많아질 것으로 본다면 한참 잘못된 생각이다. 국민당은 제2중소기업은행의 설립 외에 정부와 중소기업·대기업이 자본을 공동으로 출자하는 업종별 전담은행의 설립을 공약하는 등 한술 더뜨고 있다. 민주당은 금융기관의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을 끌어올린다고 했으나 이 역시 금융자율화라는 대원칙과 어긋나는 것이다. 하나같이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재정지원의 확대를 약속하고 있는 점도 모순이다.
중소기업의 육성은 기존업체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첨단분야에서의 창업을 활성화하는게 더욱 긴요하다. 이때문에 3당은 창업절차의 간소화·공단조성·창업지원자금의 확대 등을 방안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공약들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행정절차를 줄이기 위한 일선 행정기관의 자세전환과 자금의 염출방안이 걸림돌이다. 현재도 정부가 창업절차 간소화를 외치고 있지만 최소한 6개월이상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어다녀야 겨우 공장설립이 가능한 현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기술개발투자비를 꾸준히 늘려 5년대(97∼98년)에 매출액대비 1%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등의 기술개발관련 정책들도 말만 번듯했지 알맹이가 없다. 더구나 기술개발투자 비율의 확대는 정부가 이미 7차5개년계획에서 제시한 것이며 기술정보은행의 설립 등도 정부가 시행중이거나 내년중 도입키로 한 제도를 베껴온 것에 불과하다. 3당은 이밖에도 중소기업청,또는 중소기업부의 신설 등을 공통적으로 내세우고 있고 민주당의 경우 청와대에 중소기업담당 대통령특보를 임명할 것을 공약했으나 이같은 조직개편은 3당이 모두 내세우는 「작은 정부」와 어긋나는 것이다.<길진현기자>
□3당의 중소기업 정책
◇세제 및 자금지원
●민자
▲중소기업 구조조정기금 2조원 확충
▲중소기업 전담은행 설립
▲영세 소기업 법인세 면제
▲지방중소기업 육성기금 설치
●민주
▲중소기업 진성어음 1백%할인
▲중소기업 의무대출비율 50%로 확대
▲5년간 5조원 재정지원
●국민
▲제2중소기업은행 설립
▲기부금 등 준조세 폐지
◇창업지원
●민자
▲창업중소기업 전용공단 조성
▲창업절차 간소화
●민주
▲공단용지 싼값 공급
▲종업원 창업융자제도 실시
●국민
▲중소기업 전용공단건설
▲창업자금 지원 확대
◇개술개발
●민자
▲중소기업 정보은행 설립
▲98년까지 매출액대비 1% 기술개발투자
●민주
▲직업기술훈련체계 정비
▲97년까지 매출액 1% 기술개발 투자
▲기술정보 유통시장설립
●국민
▲대기업·중소기업 공동기술 개발
▲기술개발 보험제 실시
◇기타
●민자
▲20인이하 소기업 육성
▲98년까지 중소기업 10만개로
●민주
▲대기업·중소기업 역할분담
▲소기업 육성기금 설치
▲중소기업담당 대통령 특보 임명
●국민
▲대기업·중소기업 공동으로 전문대 설립
▲근로자 주택 우선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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