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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공업 합병 대우 받아들일까(해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주주이의 제출기간만 두달 걸려/「산정심」 제재장치 약해 지연 확실
올 연초부터 정부와 대우그룹이 지루한 줄다리기를 벌여온 대우조선과 대우중공업의 합병문제가 연내 합병강행지시로 결말이 났다.
이 결정은 그러나 그동안 정부내에 합병을 백지화할 수 밖에 없다는 견해가 우세했던 점에 비추어 예상밖이어서 정부 결정의 배경과 자산손실을 보게된 대우의 이행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무부처인 상공부는 대우측의 합병백지화 건의에 대해 올 연초와 6월30일에 『당초 방침대로 연말까지 합병을 이행하라』는 공문을 보냈으나 내부적으로는 합병강행에 문제가 많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합병은 89년 경영난에 빠진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 산업정책심의회(경제기획원 주관의 관계장관회의)가 대우조선에 4천억원의 구제금융을 해주면서 92년말까지 이행토록 했던 자구노력중 하나였다.
대우조선은 그러나 조선경기의 활황 등에 힙입어 지난해 7백90억원,올해에는 1천5백억원(예상)의 흑자를 내게되자 마음이 달라지게 됐다. 그룹측은 중공업과의 합병이 실익이 없다는 주장을 하고 나왔고 상공부안에서도 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견해가 적지않았던 것이다.
상공부는 그러나 김우중회장의 대선출마파동 등을 겪으면서 막판에 합병강행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는 대우조선이나 신발산업 등의 합리화조치를 관장하고 있는 경제기획원이 정부정책의 신뢰성유지를 위해 당초 발표대로 합병을 강행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점과 대우주장에 모순이 있다는 상공부의 판단이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이와 함께 정부와 민자당이 대선을 앞두고 합병을 백지화했다가 특혜시비에 달리지 않기 위해 막판에 방침을 선회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우측은 18일 아침 정부발표 직후 『현실적으로 두 회사의 합병은 어려우며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반발을 보였다가 여론을 의식한듯 이날 오후부터는 일단 합병준비는 해보겠다는 반응이지만 적극성은 없다.
정부는 주주총회 결의 등 절차를 40∼50일이면 마칠 수 있다고 밝혔으나 대우측은 상법상 채권자의 이의제출 기간만도 두달이상이어서 합병결의를 하더라도 해를 넘길 공산이 크다는 입장이다. 결국 대우측은 일부 주주의 반발 등을 들어 지연작전을 쓸 가능성이 있으나 산업정책심의회가 제재장치를 마련해 놓지 않아 정부의 집행력이 약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사실상 정부의 이번 결정은 체면만 살리고 다음 정부에 문제를 넘기겠다는 뜻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은 현재 자본금이 1조3천여억원이나 7천여억원의 자본잠식 상태여서 합병에 앞서 재평가를 하면 자산가치가 4분의 1에서 5분의 1로 줄 가능성이 있어 주식의 82%를 갖고있는 대우계열사와 김 회장은 손해를 볼 공산이 크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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