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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문답서』개정판 완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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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로마교황청이 4백여년만에「가톨릭교리문답서」개정판을 내놓았다.
전세계 4억5천만 가톨릭교도들의 종교생활 지침서가 될 이 교리 문답서는 21세기를 앞둔 시점에서 기독교의 기본 교의는 물론이고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현대의 다양한 현상과 논란에 대한 가톨릭의 기본 입장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인들에게도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프로테스탄트와의 결별을 상징하기 위해 지난 1566년 트리엔트공회에서 제정된 교리문답서 이후 4백26년만에 나온 이 가톨릭 교리서는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제청에 따라 지난 86년부터 6년여에 걸친 작업 끝에 완성됐다.
이 작업에는 전세계에서 3천명의 주교가 참여했고 초고에 대한 수정제안만 세계 각국에서 2만4천건이 쏟아지는 등 상당한 산고를 거쳐 완성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6백76쪽의 방대한 분량에 총2천8백75개 항목에 걸쳐 현대 가톨릭의 기본 교리와 입장을 설명한 이 교리서는 4백년 전과 비교해 기본 교의 자체에는 달라진 것이 없으나 동성애에 대한 이해심을 표명하는 등 일부 문제에 대한 현대 가톨릭의 진보적 관점을 드러내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이중 일반인들에게도 관심이 있을만한 몇 가지 항목을 간추려 소개한다.
▲낙태=인간의 생명은 수태순간부터 절대적으로 보호되고 존중돼야 한다. 낙태에 대한 공식적 협조는 파문의 벌로 다스려져야 한다.
▲이혼=이혼은 자연법에 대한 중대한 위반으로 가정과 사회에 미치는 비윤리적 해독은 진정으로 사회를 병들게 하는 요인이다.
▲동성애=동성애는 본질적으로 자연법에 위배되는 타락행위다. 그러나 동정심을 갖고 세심하게 동성연애자들을 대해야 하며 동성애를 이유로 이들을 부당하게 차별해서는 안된다.
▲피임=가임 주기를 고려한 자율적인 피임방법이 객관적 윤리기준에 합당한 것으로 국가에는 윤리에 위배된 방법으로 인구조절을 장려할 권한이 없다.
▲국가=권위에 대한 복종과 공동의 선에 대한 공동책임은 도덕적으로 납세와 국방, 선거권의 행사를 요구한다.
▲교육=자녀들의 교육에 대한 일차 책임자인 부모는 자신들의 신념에 맞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이 권리를 보장하고 그 여건을 갖춰줘야 한다.
▲천국=천국은 최종적인 끝이며 인간의 가장 심오한 동경의 실현으로 지고, 무한한 행복의 상태다.
▲지옥=생전의 죄를 회개하지 않고 신의 자비로운 사랑을 영접하지 않은 채 죽는다는 것은 자신의 자유선택에 의해 영원히 신과 분리돼 있음을 의미하며 지옥은 바로 신과의 교감으로부터의 자기배제 상태를 가리킨다.
▲죄=죄는 이성·진리·양심에 반하는 잘못과 신에 대한 진정한 사랑의 결핍이다. 【파리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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