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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실 통폐합 '이상한 맞짱 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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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노무현 대통령이 17일 서울 상암동 디지털매직스페이스에서 열린 '대통령과 언론인의 대화'에서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안성식 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17일 "기자실 문제와 관계없이 정부의 정보 공개나 취재 편의는 요청하는 대로 최대한 제공하도록 제도화하겠다"며 "정보 공개 제도에 대해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자고 하면 한국 기자협회와 함께 만들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KBS1-TV로 생중계된 한국 언론재단 초청 '대통령-언론인과의 대화' 토론회에서 기자실 통폐합 문제와 관련해 "한국 사회가 선진화하려면 언론 선진화를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그는 "기자실이 본질적인 문제"라며 기자실 통폐합 조치에 관해선 양보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토론회는 오후 6시30분부터 90분간 열렸다. 정일용 한국기자협회장, 오연호 인터넷신문협회장, 김환균 한국방송프로듀서 연합회장,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장,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정치가 언론 앞에 얼마나 약한가"=2003년 개방형브리핑제를 실시한 정부가 임기말 기자실 통폐합 조치를 또 시행하려는 데 대해 오연호 회장은 "제도가 실현되지 않는 것을 전부 기자들 탓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 회장="대통령은 편집국장도 사주도 아니지 않나. 기사의 수준과 품질은 언론 관계자에 맡겨 놓고 차라리 기자와의 대화보다 공무원과의 대화를 해야하지 않나. 왜 임기말에 이러시는지 모르겠다."

▶노 대통령="정치가 언론 앞에 얼마나 약한지 알지 않나. 나는 지금 힘겹게 하고 있다. 정부 정책의 품질을 언론이 평가하기 때문에 정부도 얘기할 수 있다. 내용도 모르고 보도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토론회 중에 "(조치에 반대한) 모든 매체에 인터넷 매체는 포함되지 않는다", "오마이뉴스는 그렇게 안 한다"고 해 인터넷 언론에 대한 호감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반면 "신문 방송에서 저를 독재자로 몰아붙였던 사람들과 토론을 못해 성에 차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점잖은 단체에서만 나왔다"=토론 중 일부 참석자는 스스로 기자실 문제와 무관하다고 말할 만큼 토론회의 긴장도가 떨어졌다. 노 대통령조차 "점잖은 말씀을 하는 단체들에서만 나왔다. 오늘 패널들이 잘못 나오셨다"고 말하기도 했다. 취재 현장의 경험이 많은 언론인이 토론회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당초 행사를 기자협회나 신문방송편집인협회 등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단체는 "정부가 '취재 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토론회를 열려고 한다"고 거부했다. 우여곡절 끝에 토론회의 주최를 한국언론재단이 맡게 됐다. 그러나 언론재단은 정부 지원을 받아 ▶언론인 연수.세미나▶언론문화 발전을 위한 연구.조사.출판사업 등을 하는 재단법인이다. 언론인 단체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패널 섭외도 난항을 겪었다.

언론재단은 신문방송편집인협회.전국언론노조에 참석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기자협회도 이날 오후까지 참석 여부가 불투명했었다. 기자협회는 16일까지만 해도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토론회 연기를 주장했으나 정 회장이 막판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이 바람에 반대해온 김경호 수석부회장이 사퇴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차진용.박승희 기자<chajy@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오마이뉴스 대표이사
[現] 한국인터넷신문협회 회장(제4대)

1964년

[現] 연합뉴스 민족뉴스부 부장
[現] 한국기자협회 회장

1961년

김환균
(金煥均)

[現] 문화방송 시사교양국 1CP 부장대우
[現] 한국프로듀서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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