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사업은 차세대 금맥 작년에만 11조 매출 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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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세계 2위(시가총액 기준)의 대기업 GE는 지난해 친환경사업으로 120억 달러(약 11조 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풍력.태양력 발전 설비와 담수화 시설, 고효율 조명기기 등 친환경 제품을 팔아 거둔 실적이다. 이는 2005년 초 친환경 성장전략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을 천명한 후 관련 사업에 집중한 데 따른 것이다.

"환경이 돈(Green is green)이라는 우리 주장이 증명된 셈이죠." 지난달 말 미국 신시내티에서 만난 로레인 볼싱어(사진) 부회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제프리 이멜트 회장과 함께 GE 친환경사업을 이끌고 있는 인물. 그는 "환경은 어느 기업도 피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환경 규제 때문만이 아니라 친환경 사업이 돈이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연료 효율이 50% 향상된 엔진을 장착한다면, 당장은 비용이 들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연료값을 아낄 수 있어 기업이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친환경 상품의 영역은 발전소부터 안방용 상품까지 다양하다. 그는 보잉과 함께 연료효율이 높은 항공기 엔진을 개발하고 월마트에 절전형 조명기기를 납품하는 등 대기업들과 연계해 다양한 수익 사업을 발굴한다고 했다. 또 전원을 연결하면 벽지 전체가 밝아지는 신개념 고효율 조명도 개발하고 있다는 것.

지난해엔 BP.듀폰 같은 대기업과 정부의 환경규제를 촉구하는'US CAP(미국 기후환경파트너십)'결성을 주도하기도 했다. 교토의정서 발효에 소극적인 미국 정부에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그는 "언젠가 탄소 규제가 시작될 것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은 미리 대비하는 것이 훨씬 낫다"며 "환경 기술이 발달한 미국은 환경 규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친환경 기술 인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GE의 환경사업은 역발상에서 시작됐다. 기업에 규제로만 작용해 온 환경 문제를 역으로 이용해 기업의 수익원으로 만들겠다는 성장전략에서 시작된 것이다. 볼싱어 부회장은 "우리가 추진하는 에코매지네이션은 '환경(ecology)'과 '상상력(imagination)'이 합쳐진 말"이라며 "기술의 발전이 지구온난화 등 환경파괴를 불렀다지만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기술이라는 믿음에서 시작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미국 신시내티=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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