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 심야충돌 끝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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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선거구제 안을 처리하려던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또다시 열린우리당의 물리적 저지로 무산됐다. 자정 가까이까지 8시간 동안 충돌과 대치를 거듭했다.

정개특위 몸싸움 현장 "경위들 누가 동원했어". / 이병구 기자

이날 오후 9시30분 정개특위 회의실. 열린우리당 이해찬 의원 등 20여명이 특위 회의장을 점거한 지 5시간30분이 지났을 무렵이다.

회의장 옆방에서 표결 강행처리 방법을 놓고 고심하던 목요상 위원장과 특위 위원 10여명이 "이번엔 반드시 표결하겠다"며 국회 경위들과 함께 회의장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출입구에서부터 몸으로 저지했고 회의실이 금세 난장판으로 변했다.

"경위들, 너희들 못 나가." "이거 못 놔." "몸으로 막는 건 불법 아니냐." 막말.고성과 거친 야유가 오갔다. 몸싸움은 10여분간 이어졌다. 이날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睦위원장이 경위들의 보호를 받으며 회의실로 들어선 것과 관련, "(국회의장이 아닌) 위원장이 경호권을 요청한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소란 끝에 인구 상.하한선을 10만~30만명으로 조정해 지역구 의원수를 늘리려는 선거구제 안은 결국 처리되지 못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한나라당과 민주당 소속 정개특위 위원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열린우리당이 회의장을 점거하는등 반의회적 폭거를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27일 열릴 선거구획정위원회(위원장 김성기)가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원직 총사퇴를 할지 주목된다.

목요상 위원장은 회의장을 떠나며 "열린우리당의 물리력에 막혀 더 회의해도 소용없어 올해에는 회의를 열지 않겠다"고 밝혀 선거법 개정의 연내 처리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점거 사태는 오후 4시 시작됐다. 睦위원장은 "지역구도 늘리고 비례대표도 늘려 전체 의석을 2백99석으로 하자"는 중재안을 내놓았으나 열린우리당이 지역구 의원수 동결을 주장, 타협이 이뤄지지 않았다.

선거법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열린 박관용 국회의장과 4당 대표의 회동도 결렬됐다. 오후 5시부터 두시간가량 의견을 모아 봤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회동에서 朴의장은 "합의가 정 안 되면 국회 전원위원회라도 열어 의견을 모아 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김원기 의장은 "정개특위 안을 본회의로 가져가 야 3당 안을 기정사실화하려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신용호.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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