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외부 진입 장벽’도 허물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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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호 22면

자통법으로 자본시장 ‘내부의 벽’은 허물어졌다. 그러나 ‘외부의 벽’은 아직도 존재한다. 새로운 증권사를 설립하기 어려운 진입장벽을 말한다.
현재 증권사는 국내 40개와 외국계를 더해 54개에 이른다. 외환위기 이후 규제를 완화한 직후 크게 늘었다.

그러나 최근 금융감독위원회는 과당 경쟁을 막고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신규 증권업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국내사를 기준으로 2000년 4월 리딩투자증권이 마지막 허가였다.

그러나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업이 전도유망한 비즈니스로 떠오르자 진출을 노리는 회사들은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 면허가 없으면 기존 면허를 사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물건이 귀하다 보니 인수합병(M&A) 시장은 ‘매도자 우위’의 장터로 바뀌었다. 물건값을 비싸게 부른다는 얘기다. 면허증은 이미 금싸라기 딱지로 변했다. 이러니 능력 있는 회사들이 시장 진입을 망설이게 된다.

KGI 증권이 대표적 사례다. 직원 70여 명인 증권사의 매각 프리미엄이 500억원을 넘었다. 국민은행이 인수전에 달려들었다가 손을 들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에 인수전을 결국 포기했다”고 말했다.

최근엔 서울증권ㆍ우리투자증권ㆍNH투자증권도 증권사 인수에 나선다고 밝혀 업계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입 규제는 혁신을 막고 곪은 상처를 만든다. 미래에셋과 키움증권을 보자. 두 회사는 외환위기 이후 새로 탄생했다. 펀드 시장이 이만큼 성장한 것은 신예 미래에셋의 공이 컸다. 대한민국 최초의 뮤추얼펀드에서 시작해 적립식펀드 등으로 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키움증권도 지점 하나 없이 덩치는 작지만 주식거래 최저 수수료와 온라인 펀드판매 등으로 증권 투자자들의 후생을 한껏 높여 놓았다. 새로운 선수들을 링에 올려 업계 경쟁을 유도해야 소비자와 시장에 모두 유익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선별적인 신규 진입을 허용해야 경쟁력 없는 중소형사의 가격 거품이 꺼지고 M&A를 통한 구조조정도 활성화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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