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손해를 안보면서도 남에게 도움을 주며 살고 싶었을 뿐입니다.』
평범한 사람의 희망이지만 대개는 노력에 그칠 뿐인 소박한 생활철학.
그러나 통일원 비상 계획 실에 근무하는 행정주사보 최대용씨(37)가 한참 동안 망설이다 꺼낸 이 말은 더 이상 희망이 아닌 생활의 한 부분이다.
최씨는 70회에 걸친 헌혈로 얼마 전에 적십자사로부터 헌혈 유공장인 금장을 받은 보기 드문「경력」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옷소매를 걷고 팔뚝에 주사바늘을 꽂은 채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일을 일년에 평균 대여섯 차례씩 지난 79년부터 13년째 해 왔다.
그의 팔뚝 안쪽에는 헌혈자국이 제법 큰 반점처럼 자리잡고 있다.
피를 뽑는다는 것 자체를 무서워하고 거부하며 건강에 이상이 생길까 두려워하는 많은 편견과 이기심의 와중에서 그의 이러한 사랑의 실천은 청량제 이상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겸손함을 아끼지 않는다.
정 헌혈하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입니까. 그저 팔뚝 걷고 조금만 있으면 되는데요. 나의 헌혈이 다른 사람한테 도움을 준다면 그게 좋은 거지요.』
그가 헌혈을 시작하게 된 이유도 그의 철학만큼 소박하고 우연하다.
『군 복무 중이던 지난 79년 병장시절 휴가 차 서울 마장동에 들렀을 때 헌혈 차에 붙들린 게 계기가 됐어요. 그러다가 제대하고 마침 살고 있던 청량리 휘경동 부근에 헌혈 차가 많이 나와 헌혈을 자주 하게 된 것뿐이지요.』
뭔가 상을 노리고 한 것도 아니다.
그가 받은 상은 지난 86년「헌혈의 집」에서 수여한 기념상패와 이번에 70회 헌혈을 기념해 적십자사가 준 것이 전부다.
그 상도 지난3월27일 결정된 것이지만 몇일 전인 11월7일에 받아 왔다.
『상 받으려고 한 건 아니잖아요. 앞으로도 계속 헌혈 해 야죠.』 <안성규 기자>안성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