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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녹색평론』창간 1돌|환경 위기 재인식 "조용한 혁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녹색운동의 확산을 목표로 지난해 11월 창간된 격월간지『녹색평론』이 이번 11∼12월 호(제7호)로 한 돌을 맞았다.
문학평론가인 영남대 김종철 교수가 발행인·편집인을 겸하고 있는 이 잡지는『인류역사상미증유의 환경위기를 극복하고 진실로 사람다운 삶을 창조적으로 재조직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기치아래 창간됐었다.
첫 호 3천 권을 무료로 배포했던『녹색평론』은 1년만에 2천여 명의 정기독자를 갖고 5천 권을 발행하며 50여명의 후원회원을 확보하는 등 작으나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 잡지는 그동안 환경문제와 관련된 국내외 학자들의 연구논문과 시사 적인 글, 환경 론 자들의 현장보고와 시, 환경관련 서적소개에 이르기까지 녹색운동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전달해 왔다.
제2호에서는 특히 산림훼손과 맹독성 농약에 의한 지하수오염을 고발하는 전문가 의견을 들어 골프장을 폐쇄할 것을 주장했고, 지난 호에선 대기오염과 함께 도로건설에 따른 농경지 파괴 등을 제시하며 현대의 자동차 문화 자체를 기본적으로 비판한 독일학자의 책을 요약한「파국을 향해 달리는 자동차」등의 기획을 실어 상당한 반향을 얻기도 했다.
자신의 사재로 창간, 현재는 겨우 현상유지 정도인『녹색평론』에 대해 김 교수는『지식대중의 의식전환을 겨냥해 창간한 이 잡지를 읽고 소장 경제학자 몇 명으로부터「GNP보다 삶의 질과 생명전체를 중요시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게 됐다」는 편지를 받았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런 반응에 대해『성장위주의 경제체제와 사고방식을 유지하면서 기술개발로 환경문제에 대처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 생명 공동체 전체가 건전해야 인간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녹색운동의 이념이 조금씩이라도 퍼져 나가고 있는 증거』라고 평가하고 있다.
환경관련 잡지는 시중에 몇 권 나오고 있으나 지난 봄 배달환경 연구소에서 창간했던 월간『생명나무』가 넉 달 만에 폐간된 데서 보듯 아직 환경잡지는 상업적으로 어렵게 마련인 상황에서 이나마 전진한 것은 상당한 일로 볼 수 있다.
녹색평론 관계자는『다른 환경관련 잡지들은 대기업 위주의 환경관련 기술개발이 전 지구적인 환경재앙을 피할 수 있게 한다는 과학기술주의의 입장에 서 있는 데다 잡지 자체가 비닐 코팅을 한 고급 지를 쓰고 있어 출판이념과도 어긋나는 실전을 하는 것으로 본다」고 부정적 눈길을 보냈다.
그들은 『제작과정에선 특히 과학기술자가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쪽의 국내필자를 개발하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말했다.
김종철씨는『녹색평론』의 앞으로의 활동방안으로『개발과 성장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 방면에서 의미 있는 글을 많이 모으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히고「앞으로는 다른 환경단체들과 공동 세미나도 개최하고 젊은이들을 교육할 생명학교 같은 것을 세우는 데까지 나아가고 싶다』고 포부를 말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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