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교육 역주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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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내신 강화는 "평준화를 절대 깰 수 없다"는 노무현 대통령(얼굴)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정부는 2004년 10월 수능시험을 점수표시 없이 등급화(1~9등급)하고 내신 비중을 높이겠다는 새 대입안을 발표했다. 그 첫 적용 시기가 올해(2008학년도)다. 내신 정책이 흔들리면 노 대통령의 정책 리더십의 근간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관련 부처를 총동원해 돈으로 대학을 조이는 '압박카드'를 꺼낸 것이다.

고려대 권대봉 교수는 "지역 간, 고교 간 실력차이를 무시하는 내신으로는 우수 학생을 뽑을 수 없다"며 "대학의 주장과 현실을 외면하는 '역주행'"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정책에 반발하면 더 강하게 밀어붙이는 노 대통령 특유의 대응법이 이번에도 나타난 것이란 분석도 있다.

대학.교사.수험생.학부모들은 혼란에 빠졌다. 서울대 관계자는 "이미 4월에 1~2등급에 만점을 주겠다고 발표했는데 난감하다"고 말했다. 서울 모 여고 3학년 김모양은 "수능시험이 5개월 남았는데 너무 헷갈린다"며 "내신이 나쁘면 수능시험을 잘봐도 소용이 없느냐"고 물었다. 대원외고 관계자는 "특수목적고 학생들은 더 불리하게 돼 어떻게 진학진도를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대다수 학부모는 "학생들이 실험 대상이냐"고 반발했다. 권 교수는 "우수 학교에 다니면 손해본다는 식의 교육정책은 소수를 피해 보게 하고 인기를 얻으려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며 "획일화된 정책을 바로잡아야 국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라이트학부모연합 김종일 상임대표는 "정부가 정권 말기까지 무리수를 두면서 교육을 망치고 있다"며 "입시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영유.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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