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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자연서 종교까지 … 한국 과학자들의 화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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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우주와 인간 사이에 질문을 던지다

정재승 기획, 김정욱.유명희.이상엽 외 지음

해나무, 271쪽, 1만3000원

'별은 왜 빛을 내는가.' 실로 간단할 것 같지만 1938년 핵융합이라는 개념이 나오기 전까지는 누구도 선뜻 답하기 곤란했던 문제다. '자연의 기본단위는 무엇일까.' 이 문제는 끊임없이 논란 중이다. 지금은 '점이 아니라 끈'이라는 첨단의 초끈이론까지 나와 있다.'모든 생명체는 최초 생명체의 직접적인 자손일까.' 글쎄… 그걸 어떻게 알아내야 할까.

한국의 과학자들은 어떤 화두를 잡고 용맹정진을 하고 있을까? 이를 알기 위해 이 책은 원로부터 박사후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20대 신예까지 넓은 연령대의 한국 과학자 29명의 목소리를 담았다. 지금 다루고 있는 최전선의 난제를 과학자의 생생한 목소리로 직접 말하게 한 것이다. 그래서 선택 폭이 넓은 대형 학회에 참석해 '골라 먹는 재미'를 즐기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지구 내부에 무엇이 있는가'를 밝히는 지구과학이 사실은 '별은 어떻게 탄생했나'하는 비밀을 밝히는 우주과학과 일맥상통한다는 과학자의 설명을 들으면 학문 간의 거미줄 같은 상호 연관성이 느껴진다. 생명공학과 진화의 미래를 논하는 과학이 사회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가를 따지는 과학사회학적인 주제도 빠질 수 없는 화두다. 과학은 인간과 사회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문이 '숫자, 꽃잎의 배열, 말 걸음걸이, 인간의 언어는 왜 독특한 패턴을 갖는 것일까'에 이르면 너무도 광대무변한 과학의 세계에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물질이 인간의 감정과 마음을 창조하는가'라는 주제에 이르면 과학은 이미 철학을 넘어 종교와 만나고 있다.

그렇다. 과학은 실험실에서 지루한 실험을 거쳐 조각조각 밝혀낸 퍼즐을 다시 고통스러운 검증 과정을 거쳐 진리로 확정해 나가는 거대한 구도 행위가 아닌가. 한국 땅에 현대 과학의 난제를 이렇게 고민하고, 도전하는 과학자들의 이름을 알아두는 것만도 감동이다.

제목을 보면 우주만 다룬 것 같지만 사실은 우주.자연.생명.의식 등 과학 전반을 다루고 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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