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타리오 갈매기|최명희<소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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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아무리 보아도 그것이「호수」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바다보다 넓다는 말이 오히려 어울릴 것인가. 아득히 하늘에 남실거리는 수평선을 그으며 다함없이 푸르고 깊은 넉넉함으로 수천 수만 개의 섬들을 품어 안아 풀어놓은 캐나다의 한려수도, 온타리오의「삼만 섬」은 아름다웠다. 호수 하나가 웬만한 나라의 국토만 하다는 5대 호 가운데 온타리오주에 속한 휴런호의 북동쪽 조지안베이. 그 기슭에 삼만 석은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남청색 물위에 떠 바람을 가르며 미끄러지는 유람선이 삼만 개의 섬과 섬 사이를 에워 돌고 누비고 휘돌며 우리를 홀릴 때, 사람들은 그만 탄성을 질렀다. 거짓말처럼 수십 수백 마리 갈매기들이 하얗게 날개 치며 배를 따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눈부시게 희고 늠름한 갈매기들이었다. 참으로 황홀한 선물처럼 풍경의 절정을 이루는 이 갈매기 무리에 환호하며 사람들은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마치 답례라도 하듯이 그들은 백칠십리 길 내내 몇 시간 동안을 우리와 함께 어우러져 날았다. 이 얼마나 산기한 일이랴.
그런데 정말 뜻밖에도 그들이 그토록 끝없이 배를 따라오는 까닭은 오직 한가지, 사람들이 난간에서 재미로 던져 주는 새우깡 때문이었다. 유람선 매점에서 파는 캐나다 새우깡 한 봉지에 75센트. 그 속에는 알맹이가 백 개도 더 들어 있으니 낱개 값은 1센트도 못 되었다. 그 하찮은 노리개 먹이, 1전 짜리 새우깡 하나를 받아먹겠다고 갈매기는 온종일 두 눈구녁을 새까맣게 번들거리며, 정 조준한 주둥이를 짝 벌린 채 갈기 세운 낱개를 거창하게 펼치어 나는 것인데. 장난 삼아 치켜든 내 손끝의 먹이를 목마르도록 노려보는 갈매기의 눈과 부리는 집요하고 필사적이어서 무서웠다.
획획 던지는 새우깡은 농구공처럼 정확하게 그 아가리들로 들어갔다. 명중. 하지만 그것을 삼킨 갈매기는 다시 주둥이를 까 악 벌린다. 날카롭게. 조금만 손을 멈추면 가악, 가악, 비명을 지르면서. 마치 그것을 못 먹으면 죽을 것처럼 달라고, 더 달라고.
아아, 그 잘생긴 풍채에 비옥한 호수의 거 삼만 섬 광활함을 다 두고. 1전 짜리 쓸모 없는 단맛에 전신을 걸어 헛되이 헛되이 무리 짓는 온타리오의 갈매기. 슬프다, 그대, 나여.
나는 오늘도 과연 무엇에 매달려 무엇을 좇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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