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간 백제사적연구회 이끈 부여문화원장 임병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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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백제는 우리나라 중세사에 하나의 큰 획을 긋는 국가였습니다. 우리민족은 물론 동양의 찬란한 문화와 역사, 예술의 본 류 이기도 하죠. 그러나 백제 권 개발계획은 무수히 반복되고 공전되기만 했고 폐허와 낙후현상만 점점 가속화되고 있어요. 적극적이고 가시적이며 포괄적인 개발계획이 시급합니다.』
지난 30여년 동안 백제의 옛 수도 부여에서 유일한 민간학술 단체 백제사적 연구회를 이끌어 온 임병고 회장(53·부여문화원장)은 공주·부여·논산·익산으로 이어지는 백제문화권 개발이 구체적이고도 가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58년 동국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백제문화에 심취, 고향에 정착한 그는 계백 장군 묘소와 황산 벌 전쟁터, 탄현 산성 발견 등 줄곧 각종 유적발굴과 고증, 서적발행 사업을 계속해 왔다.
『백제문화유적들은 1천3백여 년 동안 숱한 전화에 시달렸고 비바람에 훼손돼 왔습니다. 특히 삼국 중에서도 가장 높은 문화수준을 자랑했던 백제는 도굴 등 검은 손길의 침해도 무척 많이 받았지요. 공주 송산리 고분과 부여 능산리 고분 등 대부분의 왕릉들이 도굴되고 훼손상태도 극심한 형편입니다.』
유물의 보존을 앞세워 개발을 제한하는 기존정책을 혁신해야 한다고 보는 그는 백제 권 발전을 위해▲눈에 보이는 문화유산을 적극 복원하고 ▲강을 활용한 유적지와 관광시설을 정비하거나 유치하며 ▲서울과 대전등 대도시와 연결되는 관광·산업도로를 건설하는 일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월초 백제 문화 제에서 목장승 만들기 대회를 기획해 눈길을 모았던 그는 ▲나무 혹은 돌장승 만들기 대회, 대장간 철물대회 등 각종 민속 이벤트를 적극개발하고 ▲첨단장비에 의한 민속 유산의 상품화작업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지방자치 시대를 맞아 민족문화에 대한 적극적인 국민적 관심이 절실합니다. 백제로부터 문화적 영향을 크게 받은 일본이 오히려 백제역사에 대한 관심이 더 높은 실정입니다. 또 지자 체 중심의 관광상품 개발 노력과 국제홍보 전략도 상당한 격차가 있어요. 역사자원의 발전은 슬기로운 기획과 투자전략, 뜨거운 향토애 속에서 창출됩니다.』
백제정신의 재발견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라고 주장하는 그는 지역감정을 초월한 백제문하의 사랑과 예술에 관한 이해. 그리고 국민적 관심을 호소했다. 【부여=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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