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론 속 한나라 '빅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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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左).박근혜 한나라당 경선 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잠실 향군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재경 대구.경북 시도민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강정현 기자]


옥천 땅 논란
"37만 평 처남에 명의신탁"
이명박 측 해명
"등기 과정서 행정상 착오"

한나라당 이명박 경선 후보가 가족들에게 부동산을 명의신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4일 본지가 입수한 등기부등본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는 현대건설 사장이던 1977년 10월 충북 옥천군 이원면 강청리 산 16번지 임야 123만7960㎡(37만4480평)를 샀다가 1982년 7월 처남 김재정(58)씨에게 팔았다. 이 후보는 김씨에게 땅을 팔기 전인 80년 5월 옥천 농협과 채권 최고액 190만원의 근저당권.지상권 설정 계약을 했다. 그러나 땅이 김씨에게 넘어간 뒤 지금까지 근저당권 채무자는 이 전 시장으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땅의 실제 소유자는 여전히 이 전 시장이며 명의신탁을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해당 임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70년대 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할 당시 후보지 가운데 하나로 꼽혔던 옥천군 동이면과 접경지역이다. 이 후보는 또 강청리 산 16의1번지 41만9040㎡(12만6981평)도 16번지와 함께 매입해 82년 7월 김씨에게 팔았다.

또 이 후보는 94년 12월 서울 양재동 14의11 대지 213.7㎡(65평)와 지하 1층, 지상 5층 건물을 대부기공(현 다스)에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스는 처남 김씨와 이 후보의 친형인 상은(74)씨가 공동으로 설립했으며, 최근 BBK 금융사기 사건과 관련해 이 후보가 실 소유주일지 모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회사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은 펄쩍 뛰고 있다. 옥천 땅 문제에 대해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명의신탁을 할 경우엔 실 소유자가 채권자로, 명의수탁자를 채무자로 근저당을 설정하지만 옥천 땅의 권리 관계는 이 후보가 채무자일 뿐 채권자가 아니다"며 명의신탁설을 반박했다. 박 대변인은 "농협 측이 해당 임야에 심어놓은 나무에 대한 권리를 보전하기 위해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일 뿐이며 이 후보는 농협 돈을 빌려 쓴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명의신탁을 하려 했다면 16번지와 함께 매매한 16의1번지엔 왜 아무런 근저당 설정이 없겠느냐"며 "다만 지금까지 이 후보가 채무자로 남아 있는 것은 등기 과정에서 빚어진 행정상의 착오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은 또 양재동 건물 문제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시세대로 건물을 팔았고 세금거래 내역까지 다 있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 측은 명의신탁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하 기자

영남대 논란 "박정희 정권에 재단 뺏겨"
박근혜 측 해명 "학교 설립과정 문제 없어"

청구대(현 영남대) 재단이사장이었던 고 전기수씨의 아들 재용(55.성형외과 전문의)씨는 14일 서울 논현동 자신의 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박정희 대통령이 재단을 빼앗았고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는 이 '장물'을 향유했다"고 주장했다.

또 전씨는 '영남대 교수협의회백서', 1988년 국정감사 자료 등을 근거로 재단이사장 시절 박 후보의 비리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전씨는 기자회견 직후 한나라당 국민검증위원회에 박 후보에 대한 검증요청서를 제출했다.

아버지 전 이사장이 67년 박정희 정권에 청구대를 빼앗겼고, 교사 신축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면해주는 대가로 이사장 자리를 내줬다는 게 전씨의 주장이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이후락씨와 박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청구대 국문과 이모 교수가 전 이사장에게 ▶이사직은 유지해줄 것 ▶재단 설립 당시 자본금(약 2억원)은 돌려줄 것 등을 약속했다고 한다.

전씨는 "청구대와 대구대가 합병돼 영남대가 설립되는 과정에서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당시 청구대 재단의 공식 자산평가액만 27억여원이었다"며 "이를 빼앗긴 아버지는 청와대에 항의하다 73년 의문의 실종사를 당했고, 누이는 이후 실성하는 등 집안이 풍비박산났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재단 주인이 바뀐 영남대 재단에서 80~88년 이사장과 이사를 지냈다. 하지만 퇴임 당시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7년6개월 동안 재직하면서 영남대에 출근한 것은 취임 초기 단 한 차례였다"고 말했다.

전씨는 "출근도 안 하고 월급을 받은 것은 횡령"이라며 "이사회를 장악한 박 후보 측 '4인방'의 전횡도 심각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캠프 김재원 대변인은 "영남대 설립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어떤 과정을 거쳐 박 후보가 80년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는지는 확인해본 뒤 당 검증위에 소명자료를 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인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유급직인 이사장을 맡은 것은 8개월뿐이고 이사는 무급직"이라며 "나머지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자체 조사를 거쳐 검증위에 모두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홍사덕 선거대책위원장도 "이미 수십 차례 제기됐던 문제"라며 "하지만 박 후보가 '100번 문제가 돼도 100번 성실하게 답변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남궁욱 기자<periodista@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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