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후보 검증은 당당하게 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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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검증 공방이 과열되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공방에 청와대와 열린우리당까지 끼어들었다. 하지만 의혹을 제기하는 측이나 이를 해명하는 측이나 성실하지 못하다. 이 전 시장 측은 청와대 음모설을 제기하고, 열린우리당은 국정조사요구서를 냈다. 이렇게 정치공방으로 치달아서야 검증이 제대로 될 리 없다.

대통령 후보 검증은 엄격히 이뤄져야 한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대통령을 뽑아 후회하는 일이 생겨서는 곤란하다. 3년 전 탄핵사태에서 보았듯이 대통령은 한번 시켜 보고 마음에 안 들면 바꿔도 되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 임기 5년 동안 나라의 운명을 그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그러니 대통령으로서 품성은 갖췄는지, 공직을 이용해 사리(私利)를 취하지는 않겠는지 과거의 행적을 따지는 건 당연하다. 당내 경선과 본선에서 검증은 국민을 대신해 의문을 제기하고, 국민에게 답변하는 과정이다.

의문을 제기하려면 뚜렷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뜬구름 잡는 소문만 퍼뜨리는 건 흠집내기에 불과하다. 그런 음해성 흠집내기로 선거 결과를 흔들어놓아도 선거가 끝나면 돌이킬 수 없었던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지 않은가.

본인의 해명도 분명해야 한다. 정치적 흠집을 내려는 의도에 기분이 좋을 리 없겠지만 동문서답으로 얼버무리거나 감정적 대응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기된 의혹에 대한 답변은 정치공방이 아니라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오히려 항간의 소문을 불식할 기회로 생각해야 한다. 그동안 후보들이 내놓은 해명은 개운치가 않다. 사소한 거짓말로 넘기면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빠져나올 수 없는 덫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선거 기간에 특정 후보를 겨냥해 국정조사를 벌이자는 열린우리당의 요구는 몰상식한 정치공세다. 정치공방이 되면 진실 규명에서 더 멀어진다. 그런데도 정치공방으로 가려는 건 진실을 밝혀 좋을 게 없다는 고백이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공정한 관리자여야 할 대통령과 그 참모, 정부가 검증에 끼어들어서는 결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