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에 장편소설 연재|"이제 문학도 첨단매체시대"|주인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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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문학의 매체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말·활자·영상·컴퓨터 등 좀더 첨단의 것으로 바꿔어가면서 원고지에 익숙한 문인들에게 겁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매체는 문자 그대로 작가와 독자를 매개하는 도구이상, 그 아무 것도 아닙니다. 저항감 없이 이제 문학도 첨단매체에 파고들 때라 생각합니다.』
젊은 작가 주인석씨(29)가 지난 1일부터 6개월 예정으로 한국 PC통신의 정보 서비스매체인 코텔에 장편 소설『미래를 위하여』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통신가입자들의 모니터를 통해 읽을 수 있게된 이 컴퓨터 연재는 작가와 독자 쌍방이 즉각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것이 특징.
작가는 매일 1천4백∼2천자 범위에서 원고량을 가감하며 소설을 써나가며 별도로 작품내용이나 용어들을 해설하는「해석방」을 개설할 수도 있다. 독자들은「게시판」을 통해 작품에 대한 의견을 작가에게 전할 수 있다.
작가와 독자가 흐름을 같이하며 작품을 써갈 수 있는 컴퓨터통신 연재는 지난 5월부터 5개월간 복거일씨가 연재한데 이어 주씨가 두번째로 이제 새로운 연재매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미래를 위하여』는 과학소설로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인간이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현실을 그리게 된다.
데이타 베이스에 저장된 정보를 조작, 사회를 마음대로 지배할 수도 있는 하나의 가능태로서의 미래에 인간이 어떻게 저항해 인간다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가를 내보이게 된다.
『미래에 대해 인간은 누구나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자연·우주와 조화된 인간성이 인간이 고안해낸 첨단적인 그 무엇에 의해 상실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겠지요. 그러나 문화·문명에 대한 창조적 반성이 있는 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기우에 불과한 것입니다.』
1년 남짓 워드프로세서로 작품을 쓰고있다는 주씨는 컴퓨터 작업을 하며 문체의 변화는 맛보았지만 삶과 세계에 대한 근본적 반성인 문학성 그 자체는 어떠한 매체환경에서도 변할 수 없는 것임을 느낀다고 밝힌다. <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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