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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계층·이념 갈등해소 방안(3당공약의 허실: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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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공정인사·대사면·균형발전은 한목소리/모두 “우리만이 해결” 논리펴 해결에 장애
이번 대통령선거가 지역·계층·이념의 갈등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역동적 발전을 위해 어느 정도의 갈등은 필요하다. 역설적이긴 하나 70년대와 80년대를 지나며 그런 갈등들이 우리 경제·사회의 폭발적 성장에 기여해온 점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런 갈등으로 인해 입은 상처가 너무 크고 깊다. 그렇기 때문에 치유도 매우 세심해야 하고 장기간이 요구된다.
특히 지역감정이라 바꿔 부를 수 있는 지역갈등에 관한한 우리 사회의 탄력적 수용능력은 한계에 부닥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한국 창조를 내세우는 민자당,대화합을 외치는 민주당,양김정치 청산을 뿌리로 하는 국민당의 공약은 다행스럽게도 이같은 현실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갈등의 해소방안에 대해서도 커다란 이견은 없다. 이념·계층갈등에서 민자·국민당이 민주당에 비해 좀더 보수적이다. 그러나 공정한 인사,그것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또는 균형있는 개발정책 추구 등 지역 갈등해소 방안에 대해선 거의 일치한다. 문제는 서로 자신만이 해결방안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점이다. 특히 지역감정 해소방안에서 모두 배타적 해결권을 강조하는 각 당의 입장은 우려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김대중민주당후보의 대화합론은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고는 갈등해소가 불가능 하다는 논리를 깔고있다. 자신만이 화합을 주도할 수 있으며 노사갈등의 문제에서도 자신만이 노동자와 기업 모두에 자제를 호소할 수 있다는 식이다.
국민당은 좀더 노골적이다. 양김이 지역감정의 원인이자 상징이며 지역감정을 부채질 해온 사람들이니 그들을 우리 정치에서 단번에 몰아내야,다시 말해 국민당이 집권해야 지역감정이 청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자당은 드러내놓지 않지만 노 대통령 시대에 더욱 심화된 지역감정의 해소는 김영삼총재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신뢰할 수 있다고 범여권과 안정 희구세력에 호소하고 있다. 『당신들의 피해를 극소화 하고 사회·경제적 발전을 지속시키면서도 지역갈등의 문제 등을 해소해 나가려면 민자당의 집권이 순리』라고 말한다. TK편중의 지역감정은 김대중씨에 의해서보다 김영삼씨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3자의 이같은 발상은 선거결과에 따라 오히려 지역갈등을 증폭할지도 모른다.
구체적 방안에서도 3당의 공약은 원론적 선언에 그칠뿐 현실성과 신뢰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김영삼민자당후보는 『집권 하면 2년 안에 지역감정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게 하겠다』면서 공정하고도 「대담한」인사를 내세운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인사가 만사』라는 것이다. 그러나 민자당이 3일 발표한 공약은 어떻게 독립성이 보장될지 밝히지 않은 「중앙인사위원회」로 공무원의 인사를 공정하게 운영하겠다는 것 이외에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김대중후보는 「정 안되면」이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지역인구 비례에 따라 각료의 수를 배정하겠다』고 거듭 밝혀왔다. 2일 발표된 공약에서는 모든 정파·계층을 포함하는 범국민적 내각을 구성하고 정부투자기관·은행 등의 내부승진제를 정착시키겠다고 내놓았다. 공정한 인재등용도 약속했다. 그러나 역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의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불균형을 어떻게 해소해서 상대적 박탈감을 치유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선 아예 비치지도 않는다.
국민당은 아직 공약을 공식발표 하지 않았다. 정 후보가 지금까지 말해온 내용에서 간추리면 『현대그룹은 지역차별이 없었다』『지역 인구비를 고려해 공직에 등용하겠다』는 정도다. 국민당이 다른 당과 차별성에서 보다 돋보이는 점은 노사문제나 도시빈민의 문제에 대해 사회보장적 시각보다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3당 모두 대사면을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각 당이 처한 사정을 보면 그 목소리를 이념갈등 해소방안의 하나로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계층·이념갈등의 경우 구소련과 동구의 몰락,6공초기의 노사분규 등으로 어느정도 자연치유 능력을 확보해 가고 있다. 지역갈등의 문제도 신임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에 따라 그 치유속도가 보다 빨라질 수도,더딜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의지도 선거 결과에 승복하는 두 낙선자의 도움이 없으면 「원인치료」를 가져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3당후보가 지역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먼저 해야할 일은 배타적 해결능력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선거결과에 승복하고,어떤 상황에서도 지역갈등 해소를 위해 새 대통령을 돕겠다는 공동선언을 하고 실천 하는 것이라는 지적은 유의할만 하다.<이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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