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도가 문닫는다/서울시민의 「15년 쓰레받기」 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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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53만평 해발 80m 산으로 변모/지반 안정될때까지 공원 활용
14년 8개월동안 서울의 쓰레기를 매립해왔던 거대한 쓰레기산 난지도가 금주중 문을 닫는다.
그동안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서울 쓰레기 반입을 반대해온 김포수도권쓰레기매립장 주변 주민측과 서울시의 협상이 2일 타결됨으로써 「서울 시민의 쓰레기받이」로서의 역할을 마감하는 것이다.
갈대숲이 우거진 철새들의 보금자리였던 53만여평의 난지도가 쓰레기 매립지로 결정된 것은 78년 3월. 그후 14년여 세월이 흐르면서 해발 8m의 저지대였던 난지도는 해발 80m의 거대한 쓰레기산으로 변했다.
53만여평의 매립장에 쌓여있는 쓰레기는 약 8만8천입방m로 8.5t 트럭 1천2백35만3천대와 맞먹는 분량이다. 트럭을 일렬로 세워놓을 경우 그 길이는 서울∼부산(4백30㎞)의 4백94배에 이른다. 난지도는 쓰레기더미 속에서 생계를 이어온 「재건대원」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했다.
현재 쓰레기더미 속에서 재활용품을 찾는 「앞벌이」 「뒷벌이」 등으로 생계를 꾸리는 「난지도 사람들」은 8백여가구 3천2백여명. 이중 생활보호대상자 1백70가구는 서울시로부터 임대아파트 제공 등을 약속받고 이주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나머진 별다른 대책이 없어 「가장 추운 겨울」을 앞두고 시름에 젖어있다. 서울시는 난지도 매립쓰레기 속에서 하루평균 발생하는 오수 6천9백80만입방m·가스 2백만입방m 등 유해물질 처리방안을 놓고 가장 고심하고 있다.
시는 이 썩은 물을 차단하는 벽과 가스의 포집기를 설치,가스는 유해물질을 제거한뒤 연료로 개발하고 오수는 따로 배관시설을 설치해 인근 난지하수처리장으로 내보내 정화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난지도 지반안정기간은 약 30년으로 추산돼 시는 지반이 안정될때까지 일단 쓰레기산을 복토,95년까지 동쪽 40여만평에 쓰레기 재생공원 등 환경생태공원·교육장을 만들고 서쪽 50여만평에 대규모 꽃전시장·환경예술전시장 등을 조성해 시민들의 녹지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정형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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