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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스토리] 국회에 둥지 튼 '정치철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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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누르시면 포토스토리로 바로 갈 수 있습니다)

해마다 5월이면 꾀꼬리 한 쌍이 국회 의원동산을 찾아온다. 제비와 마찬가지로 겨울을 나기 위해 강남으로 갔다가 ‘고향’인 대한민국 국회에 돌아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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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의원동산에서 처음 꾀꼬리를 발견하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못 찾겠다 꾀꼬리’란 노래도 있듯이 꾀꼬리는 나무 높은 곳에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좀처럼 볼 수 없는 새다.

올해도 어김없이 5월 초 꾀꼬리가 돌아왔다. 좀처럼 나무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 꾀꼬리가 어느 날 건물 유리창을 오가며 깨~액 깨∼액 소리를 지른다. 새끼를 친 암컷이 유리에 비친 자기 모습을 침입자(?)로 여겨 혼신을 다해 지켜 내려는 울부짖음이다. 흔히 아름다운 목소리를 일컬어 ‘꾀꼬리 같다’고 하지만 그건 수놈 얘기이지 암놈 소리는 영 아니다. 어쨌든 암놈이 울부짖는 바람에 수놈이 가장이랍시고 청아한 노래로 화답한다.

깨~액, 꾀~올, 깨~액, 꾀~올….

“꾀꼬리가 국회에 산다는 게 신기해요. 이곳에서 정치인들은 늘 싸우는데 꾀꼬리는 고운 자태에 아름다운 노래까지 들려주니 고맙기도 하고요.” 국회에서 만난 김인숙(48ㆍ경기도 과천시)씨는 꾀꼬리가 새끼를 잘 키웠으면 좋겠다며 휴일이면 의원동산에 꾀꼬리를 보러 오겠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의 한가운데, 대한민국 국회가 새들의 보금자리로 거듭나고 있다.

꾀꼬리가 둥지를 틀고, 온갖 새들이 새끼를 키우며, 꿩이 도로를 걸어가는 국회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

정치 공방과 시위로 조용할 날 없지만 새들에겐 이곳이 편안한 휴식처이자 삶의 터전이다.
흔히 볼 수 있는 박새ㆍ직박구리ㆍ까치는 물론 황조롱이ㆍ파랑새ㆍ호랑지빠귀ㆍ되지빠귀ㆍ 오색딱다구리ㆍ해오라기, 깊은 숲 속 계곡에서나 볼 수 있는 큰유리새ㆍ쇠유리새, 보기 드문 꼬까참새ㆍ노랑때까치 등 30여 종이 촬영됐다.

이처럼 도심 속 국회에서 다양한 새가 발견되는 것은 녹지공간이 넓은데다 샛강생태공원과 한강, 밤섬이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총 부지 10만여 평으로 본회의장이 있는 본청과 의원회관, 도서관 등 주요 시설물을 제외하면 60%인 6만여 평이 녹지공간이다. 이처럼 많은 녹지 공간이 새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특히 본청 동편의 7300여 평 의원동산은 새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나무가지에 앉아 있는 검은머리 방울새

의원동산은 잣나무ㆍ느티나무ㆍ꽃사과ㆍ벚나무ㆍ단풍나무ㆍ플라타너스 등 33종 5000여 그루의 나무가 숲을 이뤄 먹이가 풍부하고 인적이 드물어 새들이 깃들기에 안성맞춤이다.
또한, 2차선 윤중로를 건너면 바로 샛강생태공원과 한강으로 이어지고, 철새도래지인 밤섬과 선유도공원이 인접해 있다.

5만5천여 평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은 1997년 국내 최초로 조성된 생태공원으로 천연기념물 제323호인 황조롱이를 비롯한 왜가리ㆍ딱새ㆍ촉새ㆍ박새 등 다양한 새들이 서식하고 있는데 이놈들이 때때로 국회를 찾는 것이다.

환경생태연구소 이기섭(46)박사는 “국회에서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새를 볼 수 있는 것은 도시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녹지공간이 많고 먹이가 풍부한 국회가 새들의 휴식 장소로 선택된 것 같다”며 “농약을 덜 치는 등 조금만 더 배려한다면 더 많은 새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최근 주차장으로 쓰던 본관 앞 3030평에 소나무와 잔디를 심어 녹지공간으로 만들고 본청 옥상 180여 평을 친환경 휴식 공간으로 개조했다.

김태랑 국회 사무총장은 “ 전면에 위치한 어린이집, 국회경비대를 뒤로 옮기고 시설물을 재배치하면 1만5000평의 새로운 녹지공간이 더 조성될 것”이라며 “ 사람뿐만 아니라 더 많은 새들이 찾아오는 자연친화적 휴식 공간이 되도록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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