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현실과 거리 먼 대입개선안(3당공약의 허실: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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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재원 확보 대책없이 공약부터/“중학교 의무교육”엔 한목소리
중앙일보는 민자·민주·국민당 등 3당이 금주중 일제히 발표하는 대선공약의 실과 허를 분야별로 분석,정책대결의 양상을 소개해본다.<편집자주>
민자·민주·국민당의 대통령후보들은 지난달 30일 교총(회장직대 최승인)주최 전국교육자대회에 참석해 교육개혁공약을 각각 제시하며 정책대결을 본격적으로 벌였다.
3당은 우리 교육현실에 대해 한결같이 『외형적으로는 상당히 성장했으나 획일적인 입시 위주 교육·재정난에 따른 부실교육과 전인적 인간교육 부족으로 창의성 결여 등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큰 틀에서 보면 별 차이가 없는 3당의 교육개혁안이 현실적으로 쉽게 실현될 수 있는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것이 돈문제인데 3당은 교육재정 확보·확충방안을 꼼꼼히 따져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 정부추진의 정책을 재탕해 내놓거나 막연하고 추상적인 개혁안을 선보이는 등 그럴 듯한 「눈비음」(남의 눈에 들게 겉으로 꾸미는 일)치레로 득표 노림수를 쓰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대목도 많다.
3당은 모두 교육체제·대입제도와 대학정책·교원정책 및 교육환경 등에 대한 개선·개혁안을 발표했다. 우선 교육체제 측면을 보면 3당은 모두 중학교 의무교육 실시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국민당은 전면 즉각 실시를 공약한 반면 민자당은 95년까지 전국시지역까지 단계적 확대실시 입장이다.
의무교육의 전면실시에는 연간 1조6천억원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민자·민주당이 재원확충방안으로 내놓은 대로 현재 국민총생산(GNP)이 3.6%인 교육재정비율을 5%로 상향조정하면 연간 3조2천8백억원정도가 늘어나 중학교 의무교육은 실시할 수 있겠으나 다른 여러 공약들의 이행에는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이 틀림없다.
3당 교육개혁 공약중 가장 추상적이고 문제가 많은 것은 대입제도 및 대학정책에 관한 것이다. 민자당은 ▲1단계로 94년 실시되는 새 입시제도는 일단 시행하고 ▲2단계로 자율역량을 갖춘 대학에는 학생선발·정원관리를 완전자율화 하며 ▲전문대 정원은 4∼5년안에 9만∼10만명 정도를 증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과외없이도 대학입학이 가능한 입시제도를 수립하겠다』며 ▲학생선발권을 대학에 완전 일임하는 내신중심의 입시제도를 공약했으며 ▲대학 전일제 수업을 실시,학생수용능력을 제고하되 진급·졸업은 엄격하게 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국민당은 ▲각 대학에 입학정원을 자율 결정하도록 하고 ▲첨단과학 중심의 학과증설을 대폭 허용하며 ▲학부과정에서 학년별 유급제와 졸업자격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민자당안중 2단계는 「자율역량」의 판단기준이 무엇인지,이같은 제도를 실시할 경우 자율화에서 배제된 대학과 그 학교 학생·학부모의 반발 등 부작용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등에 대해 설명이 없다. 민주·국민당안은 더욱 꿈같은 이야기다. 학생선발·정원결정권을 대학에 완전 일임한다는 것이 우리 교육 현실상 가능한 이야기인지 의문부터 생긴다. 현재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들이 재원확충만을 노려 시설·교수도 확보하지 않은채 무조건 학생수만 대폭 늘려 뽑을게 뻔한 일이고 보면 과연 전인적인 전문교육이 가능하겠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또 진급과 졸업을 엄격히 하는 유급제·졸업자격제도 역시 상당한 문제가 있다. 대학성적이 취업을 좌우하는 마당에 대학·교수들이 성적관리를 까다롭게 할 수 있겠는지도 문제다. 졸업정원제는 5공때 이미 실패한 「흘러간 옛노래」나 다름없다.
교원정책·교육환경문제와 관련,민자당은 「교원우대 및 우수교원확보법」을 제정,교원보수를 다른 전문직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교원의 주택구입·생활안정을 위해 특별융자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교원노조 합법화 및 해직교원 복직 ▲교원보수를 국영기업체 수준으로 인상 ▲국민학교 급식 전면실시 ▲운동장없는 학교설립계획 백지화 ▲95년 교육자치제 기초단위까지 확대실시를 공약했다. 국민당은 교원자녀에게 대학졸업때까지 등록금전액을 장기저리로 융자해주고 중학교·국민학교에서 무료급식을 즉각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공약중 가장 눈에 띄는 것는 역시 민주당의 전교조 허용·해직교사 복직이다. 특히 8천여명에 달하는 해직교사 문제는 현안중의 현안인데 이의 해결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 민자·국민당이 이번에 공약화하지 않은 것은 득표에의 영향을 우려한 탓으로 추측된다. 이 문제는 보수·진보를 가름하는 하나의 기준인만큼 보수적인 양당이 어떤 입장을 밝히든 두계층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재원마련 문제인데 민자·민주당은 교육비를 GNP의 5%로 올리기로 한 것외에 각각 교육환경개선 특별회계법의 5년연장 또는 영구적 독립회계법화 등을 약속했다. 국민당은 정주영대표의 건설경험을 토대로 『현재 20∼30% 정도 방만하게 운영하는 수의계약형식의 정부 토목·건축공사 발주방식을 개선하면 연간 약 2조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고 이 돈을 교육부문에 투자하면 된다』고 특이한 방안을 제시했다. 수의계약의 문제점은 차기정부가 제대로 바로잡으면 예산절감의 여지가 없어지고 또 설령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예산전용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3당이 내놓은 공약들이 워낙 많고 야심적이어서 이같은 재원확보 방안만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는게 중론이다. 따라서 3당이 내건 상당수의 공약은 중도포기 또는 연기될 운영을 맞을 공산이 크다 하겠다.<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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