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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젖은 꿈-|정공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몇 번이고 지났습니다
멈출 수 없는 길을
조막만 한 가슴 사이
바람도 스쳐 지난
계절은 우리 앞에서
내일을 열고 있습니다.
강물 같은 시간 속에
너와 내가 풀립니다
기억의 마른 잎새
우수수 떨어지는
뒤틀린 시절의 무게
생각 끝에 머뭅니다.
다 가도록 갈 수 없는
길은 또 열립니다.
무어라 대답하길
물을 수 없는 순간
어둠은 우리 곁에서
그 깊이를 더합니다.
얼마 전 시조집을 내면서 작품집 말미에 작품 평 대신 시조를 보는 나 자신의 견해를 짧게 적어 보았다.
지금까지 시조를 써오면서 느낀 생각은 시조의 형식에 흔히 많은 제한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조는 자유시가 갖는 영역을 포함하면서 장점으로 형식을 갖는다고 생각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뼈대인 형식을 저버리고 시적인 이미지의 형상화나 압축·상징·시어의 절제 등을 고려않고 산문화의 경향을 보이는 것은 심히 아쉬운 점이라 하겠다.
또한 시조는 지금 이 시대의 정서를 충분히 반영해야만 할 것이다.
우리 시조를 창작하는 이 모두의 뚜렷한 노력의 결과 없이 시조가 변혁되어 발전의 길을 걷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약력>
▲55년 전북 완주 삼례 출생 ▲1983년『월간문학』신인상 당선 ▲시집『우리들의 강』『절망의 면적』 ▲「80년 대」시조동인 ,「오늘의 시조학회」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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