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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농업」국내외 전문가 분석(북한 경제소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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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식량난 예상보다 더 심각/비료부족·기술낙후 생산성 저하/한약재는 싼 중국산에 밀려 고전
○…북한의 식량난은 우리 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며 이에 따라 부족한 농지확장이 북한 농정의 최대 과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북한에서는 59∼60년,77∼79년,86∼92년에 각각 식량파동이 일어나 주민들이 고통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주최로 29∼30일 이틀간 서울 라마다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북한 농업과 사회주의 국가의 농업개혁」세미나에 참석한 국내외 북한농업 전문가들은 ▲북한은 필요한 식량의 절반정도 밖에 생산치 못하며 ▲1인당 쌀소비량도 남한의 절반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매년 1백만∼2백만t의 식량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운근 북한농업실장은 『북한은 「알곡생산량이 74년 7백만t,76년 8백만t,84년 1천만t 등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으나 이는 북한의 농업실정을 감안할때 가공된 수치임에 틀림없다』면서 『북한의 식량배급방법·경지면적 등을 고려할때 90년 북한의 식량공급량은 총수요량 2백86만t의 절반 수준인 1백43만t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북한의 쌀 생산량의 경우 지난 90년 10㏊당 2백20㎏으로 그동안 우리 정부가 추산한 3백35∼3백40㎏보다 훨씬 적으며 1인당 연간 쌀소비량도 남한(92년 1백13.5㎏) 절반수준인 6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칼 하인츠 슐츠 전 동독 해외농업연구소장은 『북한은 전국토의 80%가 산악고지대이므로 농경지 면적이 2백40만㏊(1인당 0.12㏊)에 불과해 농지확장이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고 전제,『농업기술의 낙후·비료부족·열악한 농촌생활여건 등으로 농업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슐츠는 『북한이 해외시장에 문호를 개방하고 시장경제에 적응하며 부의 분배문제를 개혁한다면 농업이 크게 발전할 소지가 있다』며 『특히 남북한의 점진적 화해와 통일과정에서 북한의 농업잠재력은 상당한 진전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중국 길림대 조선문제연구소 임명강사는 『북한은 지난 59∼60년,77∼79년에 이어 지난 86년부터 올해까지 극심한 식량파동을 겪고 있다』고 말하고 『인민의 기본적 식량 수요를 만족시켜 주지 못하는 것이 북한농업의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임씨는 이어 『북한이 영농기계화 사업의 완수를 표방함에도 불구,전체 농작업의 50% 가량이 수노동에 의존하고 있고 화학비료의 공급이 원활치 못한 것도 북한농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8년 10월 대북 경제개방조치이래 북한에서 많이 들어와 호평을 받아왔던 북한산 한약재가 중국산에 밀려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31일 통일원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북한산 한약재의 국내 반입량은 지난 89년 77t(39만달러),90년 2백6t(1백16만달러),91년 6백21t(2백59만달러) 등으로 급증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올해의 경우 지난 20일 현재까지 7백20t(2백36만달러)을 들여오는데 그쳤다.
통일원 당국자는 『올들어 들여온 7백20t도 모두 지난해 반입승인을 받아뒀던 것』이라며 『올해초부터 지난 20일까지 북한으로부터 반입승인을 받은 한약재는 모두 2천1백92t(6백77만8천달러)에 이르고 있으나 아직 단 한건도 반입된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약재를 판매하는 사람들이 북한 한약재의 반입을 꺼리고 있는 것은 중국의 한약재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초부터 값싼 중국 길림성 연변의 한약재가 무더기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북한 한약재가 외면당하고 있다는게 서울 경동시장 한약재 상인들의 공통된 얘기다.
상인들에 따르면 북한에서 지금까지 들여오고 있는 한약재는 백출·창출·반하·애엽 등 줄잡아 여섯가지.
이중 제일 많이 들여오는 한약재의 하나인 백출(일명 삽주뿌리,위장약제조 등에 쓰임)의 경우 북한산은 6백g 기준으로 수입원가가 4달러20센트선인데 반해 중국산은 3달러선에 불과하다.
또 소화기 계통의 치료제에 쓰이는 창출도 북한산이 2달러50센트선에 들여오는데 반해 중국산은 1달러50센트에 그치고 있다. 다만 한약재의 재질 면에서는 북한산이 중국산보다 다소 나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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