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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제41기 KT배 왕위전' 괴물 초단의 실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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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 . 윤준상 6단 ● . 한상훈 초단

제5보(57~61)=한상훈 초단이 중국의 일인자 구리(古力) 9단을 꺾고 LG배 8강에 올랐다. 중국 측은 "구리의 패배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갑자기 부친상을 당한 구리가 본선 첫 판을 이긴 게 오히려 이상하다면 이상한 일이었다"고 방어막을 치면서도 뒤돌아서서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괴물 초단' 한상훈이 상변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57로 파고들었다. 실은 A의 곳이 더 구미가 당긴다. 공격에 집도 보장하는 일석이조의 곳이라 놓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상변 일대가 빵처럼 부풀어 오른다면 골치가 아파진다. 뒤늦게 쳐들어간다면 상대는 필사적으로 잡으러 올 것이고 결국 승부가 되고 만다. 형세가 잘 풀리고 있는데 안전책은 없을까. 그게 57이었다. 벌어둔 실리가 많으니까 같이 깬다면 유리하다는 발상이다.

윤준상 초단은 국후 57을 중대한 방향착오로 규정했다. 흑▲들의 강력한 토치카가 버티고 있는 한 상변은 큰 집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침입을 서두를 이유도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실은 57보다 59가 더 큰 문제수였다. 적진에 뛰어들었으면 '참고도'처럼 빨리 살았어야 했는데 59는 너무 폼(?)을 잡았다. 그 바람에 60의 큰 곳을 당해 백 집은 커지고 흑은 쫓기게 되었다. 윤준상은 59를 두고 "너무 한가하다. 패착이라 단정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고 혹평했다.

흑은 분명 흐름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미지근한 마음으로 둔 57과 59, 단 두 수로 인해 순식간에 역풍을 맞게 됐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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