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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내 상가들 단지 밖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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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주택공사 관계자는 "아파트단지 내 상가 중 가장 인기를 끄는 1층 점포의 낙찰가율이 이전엔 150%를 쉽게 넘겼는데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입주민이란 고정적인 수요 덕에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혀온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인기가 시들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할인점 등 대형 상권에 밀려서다.

이 때문에 단지 내 상가들이 수요를 늘리기 위해 탈바꿈하고 있다. 형태.업종 등에서 기존 방식을 탈피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투자 전략도 달라져야 할 것 같다.

◆한풀 꺾인 단지 내 상가 인기=주택공사에 따르면 경기지역 단지 내 상가 평균 낙찰가율이 2005년 152%에서 올 들어 121%(지난달까지)로 떨어졌다. 3월 분양된 의왕 청계지구 2개 단지의 경우 1층 7개 점포 중 한 개가 입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나머지 점포들의 낙찰가율은 평균 116%였다.

수도권 택지지구뿐 아니라 서울 도심 단지 내 상가의 분양도 쉽지 않다. 지난달 말 강남구 대치동 아이파크 단지 내 상가의 8개 점포 입찰에서 절반이 넘는 5개가 유찰됐다. 이 단지는 강남권이어서 입지 여건이 좋은 데다 770여 가구여서 규모도 커 대거 유찰이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수석연구원은 "수익률 저하와 비싼 분양가가 단지 내 상가 투자의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소비자들의 할인점 이용이 늘면서 단지 내 상가를 찾는 발길이 줄었다. 특히 2~3년 전 높은 낙찰가율에 낙찰받은 투자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가뉴스레이다 조사에 따르면 2005년 예정가의 4배에 낙찰받아 지난해 7월 입주한 부천시 소사지구 주공단지 1층 단지 내 상가의 수익률이 연 3.6%에 불과하다. 단지 내 상가의 적정 수익률은 연 7~8%다. 낙찰가율이 워낙 높았던 데다 입점 후 경기도 나빠 임대료를 높게 받기 힘들어서다.

◆"단지 '밖' 수요 잡아라"=단지 내 상가들이 전형적인 단지 내 상가의 모습과 업종에서 벗어나 근린상가를 닮아간다. 상가뉴스레이다 정미현 연구원은 "단지 내 수요만으로는 투자성을 높이기 어렵다고 보고 단지 밖 수요까지 겨냥한다"고 말했다.

외부와 접하는 대로변 동이 단지 내 상가로 지어진다. 삼성물산의 강북구 미아뉴타운 래미안1.2차 단지는 도로변의 저층을 상가로 만들었다. 공사 중인 GS건설의 부천 송내자이도 도로변의 저층에 상가를 배치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대로를 이용하는 유동인구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전철역 인근 단지들은 전철 이용객도 염두에 둔다. 하반기부터 입주하는 잠실 주공 1~3단지 재건축 단지들은 단지 내 상가를 지하철(2호선 신천역)과 직접 연결할 계획이다.

근린상가 업종을 배치하기도 한다. 강동구 강동시영1차 재건축 단지의 단지 내 상가는 지하 3층~지하 5층 규모. 지하 2~3층은 주차장으로 쓴다. 지하 1층~지상 1층에는 편의.판매시설을 들이고 3층은 음식전문점, 4층 학원가, 5층 클리닉센터로 운영키로 했다.

조합 관계자는 "상권 범위를 주변 아파트 주민들까지 넓히기 위해 업종을 다양화했다. 시행사에서 업종을 직접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린상가처럼 꾸며지면서 단지 내 상가가 커져 가구당 단지 내 상가 면적이 1평을 넘기도 한다. 그동안 적정규모는 가구당 0.5평 이하였다. 민간아파트만이 아니라 주공아파트 단지 내 상가도 달라진다. 주공 관계자는 "입주 후 시간이 흐를수록 위축되는 단지 내 상가에 활력을 넣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주 출입구 쪽에 상가를 모아 규모를 키우고 휴식공간 등 부대시설도 갖춰 상가 이용객을 늘릴 것"이라고 전했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단지 내 상가 덩치가 커지면서 분양가도 높아지고 있는데 낙찰가격이 높으면 수익성을 맞추기 힘들다"고 말했다. 업종.부대시설이 주변 근린상가와 대형 상권과 비교해 경쟁력이 있는지도 따져 봐야 한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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