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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휴렛팩커드 사|사장 워밍턴 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미 휴렛팩커드사의 국내 합작회사인 삼성 휴렛팩커드사 리처드 워밍턴 사장은 한국사람의 상당수가 한국의 컴퓨터 또는 정보산업의 미래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웬만한 업체면 모두 컴퓨터를 생산해 내고 있고 특히 반도체분야는 세계 최고의 수준에 이르다보니 발전가능성에 의심을 않는 것도 당연하죠.』
위밍턴은 그러나 자신의 회사가 컴퓨터·계측기 등 하드웨어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임에도 불구, 앞으로 다가올 정보산업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분야에 성패가 달려 있으며 이에 관한 한 한국은 너무 뒤 처져 있다고 진단한다.『컴퓨터·반도체 등 하드웨어분야는 시장은 크지만 앞으로 엄청난 가격경쟁이 예상되고 새로운 기종에 대비, 막대한 기술 및 설비투자가 계속돼야 하지만 소프트웨어분야, 즉 프로그램 제작사들은 그저 앉아서 특허료만 받으면 됩니다.』
워밍턴은 지난 해 세계적인 컴퓨터프로그램 제작사이자 미국에서 가장 순이익을 많이 낸 마이크로소프트사와 게임용 프로그램 업체인 일본의 닌텐도사 등을 예로 들며『한국에서도 애써 컴퓨터를 생산·보급해봐야 결국 이들 회사들만 살찌울 뿐』이라고 말했다. 워밍턴은 국내 소프트웨어 부분의 낙후 원인에 대해『대체로 당장 눈에 보이는 것에만 가치를 두는 의식풍토와 컴퓨터산업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이해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컬러 모니터에다 그럴듯한 기능을 갖춘 컴퓨터가 있으면 수백만 원이라도 아깝게 생각지 않는 반면 정작 일을 하도록 해주는 프로그램 디스켓하나를 수 백만 원 주고 사는 사람은 바보취급 당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불법복제물이 판을 치고 심지어 프로그램을 복제해주는 것이 미덕으로 간주되는 실정이니 재산권보호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소프트웨어사업에 누구도 진출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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