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가족 한 달 200만원이면 말레이시아 은퇴 이민 충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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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의 관광대국 말레이시아가 은퇴 이민자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정부 주도로 '말레이시아는 제2의 고향(Malaysia My Second Home: MM2H)'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각국의 은퇴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정 조건을 갖춘 신청자들에게 10년짜리 비자를 내주어 장기 체류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비자는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계속 연장할 수 있다. 은퇴자들은 현지에서 사업을 하거나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집도 2채까지 살 수 있다. 18세 미만의 자녀를 데려와 현지 학교에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아 영어가 공용어인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MM2H 프로그램 홍보차 방한한 말레이시아 관광청의 다툭 닥터 빅토 위(55.사진) 사무국장은 "연중 20~30도의 온화한 날씨, 값싼 물가, 안정된 치안, 문화적 다양성 등이 최대 장점"이라고 자랑했다.

2500만 국민의 절반 이상이 무슬림(이슬람교도)이고 국교도 이슬람이지만 정부 차원의 각별한 노력으로 지금까지 종교와 관련한 테러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한다. 불교와 기독교 신자도 적지 않아 이슬람의 라마단과 함께 석가탄신일과 성탄절이 최대 축제로 치러진다. 인종도 원주민인 말레이계 외에 중국계.인도계.유럽계 등으로 다양하다. 반면 물가는 아주 싸다.

다툭 국장은 "주택 임대료와 차량 유지비, 교육.레저비 등을 모두 합해 4인 가족 월 생활비가 한국 돈으로 200만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MM2H 프로그램은 1997년 한국과 마찬가지로 외환위기를 겪은 말레이시아가 외화유치 방안의 하나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현재까지 영국.일본.한국.방글라데시.중국.미국 등지에서 9500여 명이 말레이시아로 옮겨왔다.

다툭 국장은 "말레이시아인들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인에게 큰 호감이 있다"며 "한국의 은퇴자들이 MM2H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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