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명박·박근혜 한나라 경선 등록 출사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11일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두 사람은 이날 당 경선 후보 등록을 했다.

이에 따라 경선 투표함이 열리는 8월 20일(투표는 8월 19일)까지 70일간 퇴로 없는 경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서바이벌 게임이다. 두 사람은 극과 극이라 불릴 정도로 다른 배경을 가졌다. 이질적인 만큼 대결은 흥미롭다. 한나라당 경선의 흥행 포인트 세 가지를 짚어 본다.

대선 경선 사상 유력주자끼리 맞붙은 첫 성(性) 대결이다. 프랑스의 우파 집권당 니콜라 사르코지와 사회당 세골렌 루아얄 후보, 미국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간 대결을 떠오르게 한다.

박 후보는 "세계적으로 여성 지도자가 많이 부상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여성 대통령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고 여성 대통령의 출현 자체가 엄청난 변화"라며 "남자.여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믿을 만하게 국정 운영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한국판 대처리즘'의 통치학을 다듬고 있다.

이 후보는 "다음 정부는 그 어떤 정부보다 힘들게 밤새워 일해야 한다"며 "미래지향적 사고와 비전, 불굴의 도전정신을 갖고 오랜 현장 경험을 통해 실물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역동적인 비즈니스 현장에서 갈고 닦은 남성적 리더십을 강조한 것이다.

성장 배경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크다.

이 후보는 '가난한 고학생'이었다.

어린 시절 국화빵.뻥튀기 장사는 물론 과일 행상도 했다. 자신의 힘으로 학비를 벌어야 했다. 현대건설에 입사한 이후엔 20대 이사→ 30대 사장→ 40대 회장으로 승승장구해 '샐러리맨의 신화'가 됐다. 이 후보는 "어려움을 헤쳐나온 사람이 어려운 사람의 사정을 안다"고 말한다.

박 후보는 '대통령의 딸'이다. 열한 살 때 청와대에 들어가 17년간 '영애(令愛)'로 살았다.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서거한 이후엔 5년여 간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을 했다.

박 후보는 "대통령의 자리가 어떤지, 권력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지켜봤다"고 강조한다.

리더십의 뿌리도 다르다.

이 후보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해보았다.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후보는 "유능한 국가경영자임을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슬로건도 '일하겠습니다. 이명박'이다. 실전과 실용의 리더십이다. 서울시장 때 복원한 청계천은 일종의 '집권의 모델 하우스' 역할을 한다.

박 후보는 원칙의 리더십이다. 박 후보는 "내 삶을 이끌어 온 게 정직과 신뢰"라며 "나라의 근본부터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슬로건은 '5년 안에 선진국, 믿을 수 있는 대통령'이다. 정치인인 그에겐 '선거의 미다스의 손(황금을 만드는 신화 속의 손)'이란 애칭이 있다. 열린우리당은 박 후보가 당 대표를 하던 시절 각종 재.보선에서 40대0으로 연패했다.

두 사람은 "경선에 지면 승자에게 최대한 협력하겠다"(이 후보), "불복.분열을 일으키면 정치할 자격도 없다"(박 후보)고 경선 승복을 다짐했다. 다음은 두 사람의 출사표.

▶이 후보="청계천을 살려냈듯 대한민국 경제도 살려내겠다. '대한민국 747(연 7% 성장-국민소득 4만 달러-7대 선진국 진입)'을 성공시켜 대한민국을 세계 일류 국가의 반석 위에 올려놓겠다. 합리적인 선진화 세력, 미래지향적 실용주의 세력이 모두 모여야 한다. 서민의 웃음을 되찾아주는 대통령이 되겠다. 일하겠다."

▶박 후보="대한민국을 바로 세워 5년 안에 선진국이 되는 기적을 다시 한번 이뤄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철석 같은 신념으로 지켜내겠다. 산업화.민주화 세력이 손을 잡고 새로운 선진 한국을 건설하겠다. 이념.세대.지역 등 국민 대화합으로 번영의 새 시대를 열겠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사심 없이 봉사하는 지도자가 되겠다."

고정애 기자<ockham@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