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기 KT배 왕위전'
○ . 윤준상 6단 ● . 한상훈 초단
돌의 형태가 풍성하면 집이 깃들기 좋고 메마른 모습이면 나쁠 것이다. 하지만 돌의 형태는 대부분 풍성함 속에 메마름이 있고 메마름 속에도 풍성함이 숨어 있어 대국자의 눈을 흐리게 만든다.
지금 큰 곳이 도처에 널려 있는데도 중앙을 47로 밀고 48 받으며 땀을 쏟는 이유도 바로 돌의 풍성함을 획득하려는 안간힘인 것이다. 51에 이르러 중앙 흑은 강력한 토치카를 구축했고, 이 파워는 전국 곳곳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51을 생략하면 백A로 끊겨 흑은 힘의 근원이 말라 버린다).
이 대목에서 백의 다음 수가 어려웠다. 좌하의 정석은 희생을 통해 축머리를 이용하는 것이 포인트인데 백은 △로 축머리만 둔 채 아직 결정적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우상을 막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한 장면이다. 하지만 윤준상은 52쪽으로 갔다. 두텁다. 그러나 한없이 느릿하다. 이래 가지고 집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한상훈 초단은 즉각 53,55로 집을 챙겼다).
훗날 윤준상 6단에게 물어봤다. 왜 '참고도' 백1로 막지 않았느냐고. 윤 6단의 대답은 간명했다. 흑2를 당하면 백은 판 전체가 말라 버려 우상만 달랑 남는 느낌이다. 실전처럼 52와 56을 두면 꽤 넓은 지역이 풍성해진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