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공사 저가입찰 급증/업체들 실적쌓기 위해 출혈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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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원가 못미쳐 부실우려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중 이윤은 물론 공사원가에도 못미치는 수준의 저가입찰이 늘어나 정부공사의 품질을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있을뿐 아니라 내년부터 최저입찰제가 시행돼 낙찰가격이 더 낮아지면 공사가 부실해질 위험마저 있어 감리제도의 강화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조달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하반기 들어 정부가 발주한 토목·시설공사의 입찰 결과 정부가 지급할 수 있는 최고한도금액인 예정가격의 85% 이하로 공사를 수주하는 경우가 지난해는 총 시설공사의 36%였으나 올들어 9월말까지는 5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가입찰로 인한 부실시공문제가 그간 여러차례 지적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이유는 민간건설 물량감소로 건설업체들이 정부공사에 몰리는데다 내년부터 시행될 입찰자격사전심사(PQ) 제도에 대비해 자격심사의 중요한 조건인 공사실적을 쌓기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는 덤핑으로 인한 부실공사를 막기위해 적접공사비 이하로는 수주할 수 없게 돼 있지만 견적을 뽑기에 따라 예정가격의 80% 이하로도 공사를 따낼 수 있어 우선 공사를 따고보자는 업체들의 경쟁으로 예전 같으면 보통 85∼90%이상 되던 낙찰가격이 낮아지고 있다.
지난달 입찰에 붙여진 수서인터체인지와 올림픽대로간 도시고속도로건설공사는 52개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한신공영이 예정가격의 79% 수준인 6백60여억원에 공사를 따냈다.
부산지하철 2호선 건설공사의 경우도 대진건업과 삼성종합건설이 예정가격의 78% 정도인 1백31억원,1백96억원에 각각 수주했다.
이번달 가장 큰 규모의 공사로 주목을 받았던 노원쓰레기소각시설공사는 현대중공업이 예정가의 38%밖에 안되는 5백33억원에 응찰했다.
이 공사는 턴키베이스방식이라 예외적으로 최저가격입찰이 허용되긴 하지만 앞으로 발주되는 공사입찰을 따기 위해 최소한 2백억원이나 되는 손해를 감수하는 것은 드문 예로 최근의 입찰경쟁을 실감케 하고 있다. 조달청 관계자는 『예정가격의 80%도 안되는 공사비로는 재료·인건비는 나온다 치더라도 사고·공기지연 등으로 인한 돌발적인 추가경비를 감당할 수 없어 자칫 공사가 부실해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계약관리를 하는데 고충이 따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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