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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 한인들 우리고어 간직〃|카자흐공 과학아카데미 책임연구원 김기만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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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재소한인들은 상대적으로 고립된 삶을 살아온 까닭에 우리 고유의 문화·언어적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재소한인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지난91년부터 한국·영국의 학자들과 함께 재소한인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김기만씨(39·카자흐공화국과학아카데미 책임연구원)는 『그러나 이런 전통적인 생활양식을 지켜온 한인2세들이 지금 60대 안팎으로 연구가 시급히 이뤄져야 하는 절박성이 있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대 러스 킹 교수, 런던대에 유학중인 서울대 출신의 연재훈씨 등과 함께 지난 약 2년 동안 연해주·중앙아시아등 재소한인의 발자취(1863∼현재)를 따라 현지조사를 실시한 김씨는 ▲재소한인들의 숫자는 대략 45만명이며 ▲이들 대부분이 함경북도의 육진지방 출신의 자손들이고 ▲스탈린 시절(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당한 한인은 약 17만명 정도였다는 개략적인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이유와 경위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강제이주에 대해 연구팀은 이주 당시 ▲중앙아시아지역 집단농장에 대한 노동력 수요 ▲연해주 등으로 적극적인 진출을 꾀하던 일본의 전략 때문 등으로 잠정 분석했다. 김씨는 특히 중앙아시아 한인들의 언어와 관련, 이들이 15서l기 육진지방으로 이주한 선조들의 자손으로 19세기 중반에는 연해주, 20세기 초반에는 중앙아시아 등 고립지대로 이동한 결과 우리 고어들을 상당부분 간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거울을「새깨」, 부모를 「어시」로 부르는 것 등이 이런 예가 될 수 있다는 것.
김씨는 『최근에야 열람이 허용된 공화국 소장의 고문서중 이주당시의 한인들에 대한 기록들이 의외로 많은데 놀랐다』며 『그러나 최근공화국이 열람을 유료화하고 요율을 대폭 올림으로써 연구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연간 1만달러쯤 되는 연구비를 지난 91년에는 미국의 한 연구재단으로부터, 올해는 한국 국제교류재단으로부터 지원 받았으나 연구팀은 당장 내년 연구비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러시아 혼혈의 아키슈바자리나씨(36·카자흐공화국국립대학교수)와 결혼해 아들(12)과 딸(6)을 둔 김씨는 최근 자신이 익힌 서툰 우리말을 아들에게 교육시키고 있다. 김씨는 러시아어·독일어·영어·한국어를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구사하며 스페인어·이탈리아어·체코어·폴란드어 등도 책을 읽기에는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김씨는 현재 서울대 인류학과 부속연구실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연말쯤 카자흐공화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김창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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