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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서 단독 전시 이형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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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 가을에는 좀 더 진전된 작품으로 신작전을 할 예정입니다."

9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서 만난 작가 이형구(38.사진)씨는 벌써 새 작품에 대한 의욕에 차있었다. 10일 개막한 베니스 비엔날레는 2년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규모의 국제 미술행사. 이씨는 1995년 비엔날레에 한국관이 만들어진 이래 처음으로 혼자서 한국관 전시를 맡았다.

8일 문을 연 한국관 전시는 인체 일부를 확대 변형하는 실험실을 보여주는 '오브젝추얼스'와 인기 만화영화 '톰과 제리'의 고양이와 쥐를 유골로 나타낸 '아니마투스'로 구성됐다. 특히 '아니마투스'는 미래의 자연사 박물관에서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유골을 발굴해 전시한다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눈길을 끌었다.

-한국관 대표로 전시에 나선 소감은.

"97년 한국관에서 강익중씨 등의 조수를 했는데, 10년 만에 그것도 단독 작가로 참가하다니 믿기지 않는다. 더할 수 없는 영광이다."

-관객들의 반응은 어떤가.

"컴컴한 중앙홀에서 처음 맞닥뜨리는 게 유골이 유골을 잡아먹으려는 장면이다. 여기서 섬뜩해하는 관객이 많았다. 그러나 전시관을 나올 때는 미소를 띠며 재미있어 한다. '영리한 작업(smart work)'이라며 좋은 평가들을 해줬다."

-뉴욕 구겐하임미술관과 모마(Moma)의 이사진들이 당신 작품을 구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는데.

"기쁜 소식이다. 나로서는 특히 유럽 최대 규모라는 스위스 바젤 자연사 박물관 전시에 관심이 많다. 자기네가 770만종의 표본을 갖추고 있는데 캐릭터 유골은 없다며 내 작품을 소장하고 싶다고 전해왔다. 그래서 아예 그곳에서 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역제안을 해놓았다. 바젤을 직접 방문해 협의해 볼 계획이다. 가상의 유골과 실제 유골의 공동전시가 성사되면 재미있지 않겠는가."

-전시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공간이 너무 좁은 데다(200평방m) 네 토막으로 나뉘어 있어 활용이 쉽지 않았다. 안소연 총감독과 협의해 작품 수와 규모를 줄였다. 프랑스관이나 영국관처럼 넓은 장소였다면 훨씬 더 인상깊은 설치를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오브젝추얼스 연작은 어떻게 나온 것인가.

"내 몸집이 빈약하다는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미국 예일대에 유학 가서 더 심해졌다. 뉴욕 지하철을 탔을 때 옆의 손잡이를 잡은 서양인의 손이 너무나 크더라. 신체의 비례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된 계기다. 그래서 눈이나 입술만 확대하는 작품이 나오게 됐다."

-만화 캐릭터의 유골을 발굴한다는 발상이 특이하다.

"내가 원래 유골이나 골상학, 관상학에 관심이 많다. 특히 '톰과 제리'의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로 현재 이탈리아 TV가 이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방영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베니스=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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