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총선 '兩强구도' 만들기 포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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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무현 대통령이 24일 내년 총선을 한나라당과 '대통령+열린우리당'의 대결 구도로 선언했다. 한나라당을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 비유하며 그간 측근비리 특검법 통과, 각종 임명동의안 부결 등에 대해 쌓여온 감정의 앙금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비록 총선에 출마하는 전직 청와대비서관을 격려하는 비공개 점심 회동 때 나온 얘기지만 정국에 미칠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어쩌면 그것을 노렸을지 모른다. 결국 "민주당 찍는 것이 한나라당 도와주는 것"이란 얘기는 열린우리당의 내년 총선 슬로건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서는 그간 이번 총선 대결의 핵심은 민주당 표를 얼마나 잠식하느냐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많았었다. 특히 대개 1천5백표 내외의 간발의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수도권 선거에서 응집력이 강한 호남표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해 온 때문이다. 盧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지극히 공을 들여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盧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결국 이번 선거를 양강(兩强) 체제로 만들어야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민주당의 11.28 전당대회 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히려 민주당이 약진해 한나라당과의 대척점에 서게 되는 양상을 보아온 盧대통령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통합 논의는 제동이 걸릴 조짐이다.

한나라당을 '주적'으로 설정한 것은 한나라당을 구태정치의 상징으로 대립각을 세워 기존 지지세력을 총결집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민주당이 盧대통령의 발언을 '사전선거운동'이라고 몰아붙이며 공세를 강화하자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공개되지 않은 사적인 오찬행사에서 나온 발언을 놓고 야당이 선거법 위반 운운하는 것은 생트집"이라고 비난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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