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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부족 해결에 나설 때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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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 26면

고르바초프/블룸버그(左) 세베리노/AFP(右)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은 최근 지구온난화에 따라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들이 향후 어떤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놀라운 데이터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100년이 될 경우 전 세계적으로 10억 명에서 30억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물부족으로 인해 심각한 곤란을 겪을 것이란 이야기다. 지구온난화는 증발작용을 증가를 촉진 시킨다. 또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는 강수량을 20% 정도까지 감소시킬 것이다. 이에 따라 이런 지역 내 사람들의 1인당 사용 가능한 물의 양은 21세기 중엽에 이르면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장 미셸 세베리노

물은 인류의 삶에서 상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에 해당한다. 이처럼 중요한 요소가 갑작스럽게 부족해진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한편 전 세계적인 갈등을 초래할 것이다. 아프리카와 중동ㆍ중앙아시아는 이런 위험에 처하게 될 첫 번째 대상 지역이다. 그리고 이에 따른 영향은 전 지구적인 것이 될 전망이다.

이런 우울한 모습이 우리의 무관심에 구실을 제공하거나, 비관주의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아마도 갈등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전쟁 또한 피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물 전쟁’을 예방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긴장고조에 대한 우리의 집단적인 우려, 그리고 점증하는 갈등을 관리하기 위한 기술적이고 제도적인 해법을 모색하고자 하는 우리의 능력에 그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은 이런 해법이 존재하며 또한 매일 그 효과를 증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알맞은 크기로 잘 설계된 댐들은 기후변화와 싸우면서 적절하게 물공급을 조절해 인류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국제적 하천의 경우 상류에서 벌어지는 인프라 프로젝트들은 이웃 국가들의 물사용에 타격을 줄 수 있고, 이로 인해 긴장이 유발될 수 있다.
나일강ㆍ니제르강 또는 세네갈강 등을 위해 만들어진 하천유역 기구들은 수자원을 공유하는 국가 간의 대화를 촉진할 것이다. 역내 협력을 강화하는 이런 기구들은 국제 수로 개발에 대한 공통의 비전을 발전시킴으로써 자원공유 의식을 확산시키고 이에 따라 수자원 사용과 관련된 폭력적인 분쟁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

대부분의 국제 수로들은 이런 대화 기제를 갖고 있다. 비록 그 성취의 정도가 다르긴 해도 말이다. 만일 기후변화가 가져올 악몽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국제사회는 댐이나 하천유역 기구 건설과 같은 적극적 조치들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게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면 하루빨리 관련 국가 간의 협조를 통해 국제협력의 기제를 만들어야 한다. 공적인 개발 원조는 자료수집 자금을 조달하고, 기술적인 노하우를 제공하며, 또 건설적인 협상에 대한 차관을 제공함으로써 국제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제적 물분쟁은 동전의 한 면에 해당할 뿐이다. 오늘날 가장 격렬한 물 전쟁은 국가 간이 아닌 국가 내부에서 발생한다. 물부족은 각 민족이나 종족이 그들의 생존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자원확보를 꾀하기 시작하면서 투쟁을 야기시킨다. 다르푸르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가뭄은 농민과 유목민 관계를 악화시켰으며, 이 전쟁은 우리가 무기력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지난 수년간 계속 증폭돼왔다. 차드 또한 똑같은 폭력의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따라서 역내 개발 조치를 통해 인류의 가장 기본적인 수요를 만족시키는 게 시급하다. 넓은 지역 곳곳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에게 물에 대한 접근을 보장해주는 농촌의 각종 수력 프로젝트들은 효과적인 갈등억제 도구임을 증명하게 될 것이다. 현대적인 위성 화상을 통해 유목민과 가축을 목초지로 안내하는 것도 이런 프로젝트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서로 각축을 벌이는 사회 간에 대화와 협력을 위한 기회를 제공한다. 중요한 점은 긴장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악화되기 전에 이런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소비 문제 또한 다뤄져야 한다. 농업은 전 세계 수자원 사용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이런 분야에서 수자원 사용의 효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토양조사와 기술적 혁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불가피하게 이제까지의 농업 관행과 정책에 대한 수정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이는 물론 농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법이긴 하다.

수자원 문제는 단지 농업용수를 가난한 지역으로 가져오는 것에만 있지는 않다. 아랄해와 차드호ㆍ사해 등의 급격한 축소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그것은 현재 부족한 수자원의 보존과 함께 이를 서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공정하게 배분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책임 있는 물사용은 적당한 경제적 인센티브들을 필요로 할 것이다. 이것은 서아프리카나 중동ㆍ중앙아시아 또는 인도 등에서 수자원을 둘러싼 충돌을 완화시키는 데 공헌할 것이다.

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위협에 직면한 상태에서 예전처럼 태평하게만 행동할 수는 없다. 냉전은 현실주의와 선견지명, 그리고 의지의 힘에 의해 비로소 평화로운 결말을 가져올 수 있었다. 하나밖에 없는 지구가 대규모 물전쟁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이 세 가지 역량이 투입돼 작동해야 한다. 전 지구적 차원의 도전은 전 지구적 차원의 관리에 대한 혁신을 필요로 한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는 당면한 현안들을 처리할 수 있게 법적ㆍ재정적 지원을 받는 유엔의 환경기구 창설을 지지하는 것이다.
이제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가 나설 때다. 기다림이 문제 해결의 방법은 아니다.

정리=유상철 기자

미하일 고르바초프
그린크로스인터내셔널 대표,옛 소련 대통령

장 미셸 세베리노
프랑스 개발청 청장, 전 세계은행 부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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