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프로 성 표현 위험수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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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방송에서의 성 표현이 날로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서울방송이 개국한 이래 올 들어 각 TV국의 드라마와 토크쇼 등에 지금까지 금기시 돼왔던 남녀간의 클로즈업된 키스장면, 노골적이고 세부적인 정사장면 등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의식의 변화와 방송의 공공성과 관련, 방송에서 성적인 표현이 어느 정도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있다.
방송위원회는 14일 오후 한국 프레스센터 방송위 회의실에서 제작자·방송학자 및 시민단체의 전문가들이 참석하는「TV에서의 성 표현」토론회를 열었으나 ▲방송제작자들의 각성 ▲시청자들의 비평적 자각 ▲청소년들에 대한 부모들의 소양고취 등의 원론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선에서 머무르고 말았다.
이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온 조강환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올 들어서만도 선정성과 관련돼 방송위의 제재를 받은 프로는 모두 27건으로 지난해의 12건에 비해 두배 이상 증가했다』며 비디오자료와 함께 「가족시청시간대(오후7∼9시)」에 방송된 낯뜨거운 장면들을 소개했다.
조 위원은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일출봉』(이상 MBC - TV) 『금잔화』(SBS - TV)등에서 적나라하게 나온 농도 짙은 키스장면·정사장면들을 제시하면서 전체적인 줄거리상 이 같은 노골적인 장면을 굳이 프로그램에 노출시켜야 했는가에 의문을 표시했다.
방송의 성 표현 사례 중에서도 드라마의 선정적 장면보다는 오락·토크쇼에서의 저질 표현들이 더욱 문제가 되는 것으로 지적됐다.
그 단적인 예로 ▲누드사진 촬영과정을 소개한다거나 록 카페의 단면을 소개하면서 일부러 카메라 앵글을 미니스커트 밑으로 맞춘 장면(KBS-2TV 『유쾌한 응접실』) ▲외설시비를 일으키는 연극을 그대로 보여준 장면(SBS-TV『출발 서울의 아침』) ▲탤런트 이덕화가 자신의 CF와·관련, 성기를 암시하는 음담장면(SBS-TV 『자니윤 이야기쇼』) ▲마광수 교수가 『결혼은 신성한 것이 아니며 과감히 변신해야 권태기를 이길 수 있다』고 운운한 장면(SBS-TV『행복 찾기』)등이 제시돼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택휘 교수(서울교대·윤리학)는 『TV란 워낙 개방된 매체이기 때문에 다른 성인문화에 비해 성의 표현에 관해 보수적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방송제작진들이 방송의 사회교육적 파급효과를 감안해 스스로 조절하는 것만이 근본적인 처방이라고 역설했다.
문룡린 교수(서울대·교육학)도 『심야에 TV를 보는 청소년이 많으므로 「가족시청시간대」만 피해 성적인 표현을 내보낸다는 것도 비현실적인 처방』이라며 『제작자의 각성과 함께 저질 프로는 보지 않는 시청자들의 자각과 교육이 실효를 거두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KBS-TV 김승종 주간은 『성을 노골화하는 저질 프로를 없애기 위해 제작자들의 의식을 고취하는 것도 필요하나 이에 대안이 될 수 있도록 품격 높은 프로그램도 충분히 흥미를 끌 수 있을 만큼 재미있어야 하고 또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규 방송위 부위원장은 『방송위의 비공식적인 통계결과 옷 벗는 장면, 음담 혹은 그것을 암시하는 장면, 퇴폐적인 성행위를 조장할 우려가 있는 장면 등 특정장면의 절대수가 상업TV의 폐해가 심한 일본의 경우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제도적 규제를 위한 명시적인 기준이 필요함을 시사했다.<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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