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에 재산분할 첫 판결/결별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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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사실혼·재산형성 기여… 3분의 1 줘야”/서울 가정법원
동거해온 남녀가 헤어질 경우 여자가 재산을 모으는데 기여한 점이 인정된다면 남자 명의의 재산이라도 이를 분할해줘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 합의4부(재판장 심명수부장판사)는 16일 송모씨(33·여·서울 봉천동)가 5년동안 동거해온 전모씨(50·서울 봉천동)를 상대로 낸 위자료 및 재산분할청구소송에서 이같이 밝히고 『송씨에게 위자료 5백만원 외에 재산분할금 1천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1월 개정민법에 신설된 부부재산분할권을 혼인신고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에 있는 동거남녀에 대해서까지 넓게 인정한 것으로 지금까지는 재산이 남자 명의로 된 경우 동거해온 여자는 거의 재산을 받지 못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두 사람의 재산은 명목상 전씨 소유로 돼있으나 재산의 형성과정에서 송씨가 식당종업원으로 일하는 한편 가사노동에 종사한 노력이 뒷받침돼 함께 이룩한 것으로 봐야하므로 재산을 분할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동거기간 및 파탄경위,재산형성에 대한 송씨의 기여도 등을 참작해 볼때 전씨는 위자료 5백만원외에 재산의 3분의 1인 1천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산분할권은 부부나 동거해온 남녀가 헤어질 경우 부동산소유권 명의나 파탄에 대한 책임에 관계없이 재산 형성의 기여도에 따라 재산을 공평하게 나눠받을 수 있는 권리다.
송씨는 86년 전씨를 만나 5년간 동거해왔으나 불화끝에 구타당하자 지난해 10월 동거를 청산하며 재산을 분할해달라는 소송을 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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