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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50년 '국민배우' 안성기 5번째 주연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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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데뷔 50주년을 맞은 '국민배우'와 첫 주연작에서 열연한 신예가 나란히 최고의 배우 자리에 올랐다.

'라디오 스타'의 안성기(55)와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25)은 8일 열린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에서 각각 남녀주연상을 차지했다. 30년 나이 차가 나는 둘의 수상은 충무로의 관록과 패기를 동시에 확인시켜 줬다.

안성기로선 이번이 11번째 대종상 수상이다. 본인이 갖고 있던 역대 최다 수상 기록을 고쳐 썼다. 올해로 연기생활 만 50년을 맞은 그로선 다시 한번 큰 선물을 받은 셈이다. 지난해까지 대종상과 인연이 없었던 김아중은 처음 후보에 올라 대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는 만만치 않은 능력을 과시했다.

◆대종상의 사나이, 안성기=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이름이 불리자 오랜 동지인 박중훈과 얼싸안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수상대에 올라 "13년 만에 타는 주연상"이라며 "남들은 한 번도 못 탄 상을 많이 타긴 했지만 상은 언제나 용기를 주고 격려를 해 준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중훈씨에게 제일 감사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안성기는 다섯 살의 나이에 김지미.도금봉과 함께 출연한 '황혼열차'(1957년)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국민배우'란 수식어가 말해 주듯 지난 50년간 영화 팬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 자리 잡았다. 어떠한 배역도 소화해 내는 빼어난 연기력, 데뷔 이후 한 번도 스캔들을 만들지 않은 건전한 사생활이 가장 큰 장점이다.

대종상과는 유난히 인연이 깊다. 80년 '바람 불어 좋은 날'로 신인상을 받았고 남우주연상으로만 따져도 '철인들'(82년), '안개마을'(83년), '깊고 푸른 밤'(85년), '투캅스'(94년)에 이어 다섯 번이나 수상했다. 인기상 3회(91년.93년.94년)와 영화인봉사상(94년), 공로패(2006년)의 수상 기록도 갖고 있다.

그렇더라도 '라디오 스타'로 13년 만에 남우주연상에 복귀한 것은 놀라운 성취다. 배우로서 전성기가 지났다고 여겨지는 50대 중반이지만 '국민배우'로서의 연기력은 전혀 녹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라디오 스타'는 한물간 가수 최곤(박중훈)이 지방 라디오 DJ를 맡으면서 솔직하고 거침없는 방송으로 다시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다는 내용. 안성기는 최곤을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며 고락을 함께하는 매니저 박민수로 열연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향수를 담아 특히 중장년층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9월 말 개봉해 서울 70만, 전국 188만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는 안성기와 박중훈이 모처럼 함께 출연한 것으로도 화제가 됐다. '칠수와 만수'(88년),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99년)에 이어 네 번째다. '투캅스'로는 둘이 함께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안성기 홀로 영광의 무대에 섰다.

◆첫 수상의 영광, 김아중='아시아의 중심'을 꿈꾸는 김아중이 그 첫 단계로 '충무로의 중심'에 우뚝 섰다. '어깨동무'(2004년), '광식이 동생 광태'(2005년)에 이은 세 번째 영화에서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차지한 것이다.

방송인 유정현과 함께 시상식 사회를 보던 그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눈물을 글썽이며 감격에 겨워했다. 그러면서 "많은 훌륭한 후보 사이에서 수상하게 돼 너무 송구스럽다"며 "앞으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배우로 남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국내 인기상 여자부문도 수상해 2관왕에 올랐다.

김아중은 최근 성장세가 돋보이는 충무로의 차세대 유망주다. 그러나 하늘에서 뚝 떨어진 벼락 스타는 아니다. '에너자이저'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무명의 설움을 오래 겪었다. 과장을 보태 오디션을 백만 번(?)쯤 봤다는 것이다. 고교 3학년이던 2000년에는 음반 취입 직전까지 갔다 회사가 갑자기 문을 닫는 바람에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다 한 편의 광고(스카이 휴대전화)가 그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줬다. 남자가 옆구리를 찌를 때마다 주크박스처럼 다른 노래를 부르던 여자가 바로 김아중이다. 이후 브라운관으로, 스크린으로 종횡무진 활약하기 시작했다.

'미녀는 괴로워'에선 성형수술을 통해 뚱녀에서 미녀로 변신하는 가수 한나로 출연했다. 95㎏의 뚱녀 연기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촬영 때마다 특수분장을 하는 데 네 시간, 분장을 해체하는 데 한 시간이 걸리는 고난의 행군이었다. 무거운 특수분장을 짊어진 채 바닥으로 추락하는 어려운 연기도 해냈다. 김아중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과 신세대 감성에 맞게 톡톡 튀는 이야기로 영화는 대박을 터트렸다. 지난해 12월 14일 개봉해 662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았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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