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형사조정위원회' 발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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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기도의 한 농촌마을 주민들은 지난달 지역유지 Y씨의 무분별한 고소를 막아달라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Y씨가 이자를 제때 내지 않는 사람은 사기 혐의로, 자신을 험담하는 주민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금까지 고소당한 사람만도 100여 명이 넘었다. 하지만 대부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됐다는 것이 주민의 주장이다.

소송 남발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검찰이 형사 조정제도를 도입했다. 재산범죄나 명예훼손, 의료분쟁 사건에서 형사처벌 대신 당사자 사이에 화해를 유도하자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검찰에 접수된 고소사건은 60만2150여 건이었다. 이 중 혐의가 인정돼 기소된 경우는 10만4000여 건(16.67%)이었다. 그만큼 소송을 남발하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8일 변호사와 기업인.지역인사 90명으로 구성된 '형사조정위원회(위원장 고영주 변호사)'를 발족했다. 조정위원들은 세 명이 한 개씩의 '조정부'를 만들어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합의를 이끌어내게 된다.

◆합의하면 고소사건 각하=검찰에 따르면 조정 대상 고소사건은 사기.횡령.교통.의료.폭력 사건이다. 그러나 성폭력.뇌물 사건처럼 범죄혐의가 무겁거나 피고소인이 도주할 우려가 있을 때는 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조주태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은 "이번 제도 도입으로 불필요한 사법비용의 지출을 막고, 범죄 피해로부터 신속한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조정 절차는 고소인과 피고소인이 동의를 할 때 시작된다. 조정은 검찰청에 있는 피해자지원실 내 조정실에서 진행된다. 조정 기한은 검찰의 고소사건 처리시한인 3개월이다.

양측이 합의하면 검사는 고소사건을 원칙적으로 각하 처분한다. 각하 처분이란 사건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수사하지 않고 끝내는 것이다. 조정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피고소인의 혐의가 중대하다고 검사가 판단하면 수사에 나설 수 있다. 이때 합의한 부분은 정상참작 사유로 고려된다고 검찰은 전했다. 조정에 실패하면 통상적인 사건처리 절차에 따라 수사가 진행된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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