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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주자들 반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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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현 정권이 나서 차기 대통령이 될 사람의 공약에 관여하는 것은 헌정 사상 최초의 일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부산에서 교육.복지 분야 정책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노 대통령이 원광대 특강에서 이 전 시장을 또다시 비판한 데 대해서다. 그러면서 "나는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잘 끝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신 캠프의 대변인인 박형준 의원이 장문의 논평을 냈다. 그는 "이것이 '노무현다움'임을 이제 누가 모르랴"라며 "왜 이렇게 이명박 끌어내리기에 집착하는가"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논평 요지.

"노 대통령의 발언은 ▶선거법 위반 결정에 정면으로 도전했다는 점 ▶이 전 시장에 대한 비판 내용이 틀렸다는 점 등 두 가지 점에서 심각하다. 노 대통령이 (2004년) 탄핵심판 때 헌법재판소와 싸웠듯 이제는 또 하나의 국가 중추 헌법기관인 선관위와 싸우려 한다. 노 대통령은 헌법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정부의 무능과 실정을 은폐하며 범여권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려는 의도에서 지지도 1위의 이 전 시장을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이 전 시장의 감세정책에 속지 마라'고 한 데 대해) 이 전 시장의 감세정책은 세수 감소를 가져오지 않으며 오히려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7% 성장을 통해 세수를 더 늘린다."

박근혜 전 대표 캠프의 한선교 대변인은 "참 불행한 대통령"이라고 촌평했다. 그는 "불행한 대통령이 불행한 나라를 만들고 불행한 국민을 만들고 있다. 하루는 대선에 개입하고 하루는 언론을 탄압하고…"라며 "과연 대통령의 가슴에 국민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열린우리당 김근태.정동영 전 의장 등 범여권 대선 주자들은 하나같이 "말할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 "더 말해 봐야 뭐하겠느냐"는 것이다. 천정배 의원 측은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이 얼마나 중요한지 몇 차례 강조했는데도 이런 발언을 계속하니 더 이상 어떤 언급을 하겠느냐"며 허탈해 했다.

◆"탄핵 유도 하려는 모양"=노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 결정이 내려진 이튿날 곧바로 선거법 위반성 발언들을 쏟아내자 정치권에선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에 관한 처벌 조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지만 선관위가 내릴 수 있는 최고의 결정은 '경고성' 공문 발송이 고작"이라며 "향후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에 관한 처벌 조항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이 다시 탄핵이라도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모양인데, 탄핵은커녕 고발장을 낼 생각도 없다"며 "대신 노 대통령이 헌법과 선거법을 무시한 행동에 관해선 퇴임 후에도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열린우리당 서혜석 대변인은 "선관위의 결정을 계기로 대통령의 정치활동과 선거 중립이 현행법에서 충돌되는 부분에 대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가영.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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