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없는 국정감사/따질건 따지고 대안 경쟁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폭로차단­시비규명 양면작전 민자/실정 들춰내며 비리 집중 추궁 민주/“새모습 보이자”… 경제정책제시 중점 국민
14대국회 첫 국정감사가 15일 시작됐다. 24일까지 2백90개 소관부처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이번 국감은 일정이 10일간으로 단축됐지만 국회가 올들어 처음 열려 심의 현안이 누적돼있는데다 대선을 2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열기가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노태우대통령의 민자당 탈당으로 여야개념이 없어진 가운데 실시된다는 점에서 정부에 대한 각정당의 공세강도가 관심을 끌고 있으며 자치단체에 대한 감사를 반대하는 지방의회와의 마찰도 예상되고 있다.
○…민자당은 노태우대통령 탈당으로 집권여당 아닌 원내 다수당이 된 상황변화를 국정감사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 고심한 끝에 「두마리 토끼」를 쫓기로 했다.
민자당은 우선 집권여당은 아니지만 국정운영과 정국안정의 1차적 책임은 여전히 민자당에 있다는 인식에서 민주·국민당의 정치적 대정부 공세를 과거처럼 차단한다는 입장이다. 비록 당정이 분리되긴 했으나 6공의 비정과 실정은 결국 집권당이었던 민자당의 책임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고 이는 곧바로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악재로 작용할 것임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대선 득표차원에서 김영삼총재의 「개혁」이미지를 확실시 각인하는 장으로 이번 국감을 활용한다는 전략도 갖고 있다. 따라서 민자당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정부정책은 적극적으로 시시비비를 규명한다는 계획이다. 김용태원내총무는 『민주·국민당의 한건주의 폭로·인기공세를 막는 한편 차분한 자세로 정부정책을 감사해 잘못된 대목은 과감히 시정을 요구,수권능력이 있는 책임정당은 역시 민자당뿐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겠다』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민자당은 이에 따라 ▲자치단체장 선거 연기 ▲연기군 선거부정 사건 ▲정보사부지 사기사건 ▲MBC노조 파업 ▲제2이동통신 문제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 과거처럼 소극적으로 임하지 않고 따질 것은 따지며 대안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국정감사에서 6공 실정을 실감나게 들춰냄으로써 『이번 만큼은 바꿔보자』는 정권교체심리를 파급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9·18선언으로 중립정부로 성격이 바뀐데다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줄 필요성이 있어 폭로와 대안제시의 수위조절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오랜 국회공백기에 터진 쟁점을 압축,현승종내각이전 민자당 정권에서 발생한 정치자금조달의 냄새가 짙은 권력형 부정사건·대형국책사업·총선부정·민생비리 등 40여건을 집중 추적키로 하고 자료와 정보를 모아왔다.
우선 정보사 땅사건에서 의혹으로 남은 배후세력 개입,민자당 총선자금 조성설을 파헤치겠다는 것이며 같은 맥락에서 민자당 중앙정치연수원의 비밀 매각 의혹도 다룰 작정이다.
정보사부지사건은 검찰의 축소수사(법사위)·국방부의 군부지관리 허술함(국방위) 등 관련상위에서 체계적으로 조여나간다는 것.
민주당은 이동통신사태가 터졌을때부터 경부고속전철·영종도신공항건설 등 임기말 대형 사업을 둘러싼 정치자금관련 의혹을 다부지게 따져보겠다고 작심해 왔다.
이런 추적과정에서 민자당·청와대의 자금 파이프라인을 찾아내거나 차단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재무위에서 다룰 제2롯데월드부지 매각문제,선경의 태평양증권 인수가 이런 것과 관련있다.
연기군 총선부정사건은 검찰수사내용이 한준수 전 군수의 폭로에 비해 함량미달이라고 보고 있어 충남도청(20일)·내무부감사때 잔뜩 몰아세울 계획이다.
총선당시 안기부 직원의 흑색유인물 배포사건은 안기부의 정치적 중립과 연결지어 진상을 추궁하고,국무총리실과 내무부에서 직업공무원제도 확립대책을 묻기로 한 것은 대안을 갖춘 정당의 모습을 보이자는 것이다. 국방부에 물을 남한조선노동당 사건은 민주당으로선 민감한 사안으로 정부의 대공 수사의 미비함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국민당은 창당후 처음이자 대선전 마지막인 이번 국감을 통해 구정치와 다른 새정치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당의 이미지 제고와 대선전의 플러스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국민당은 이에 따라 「한건주의」·「폭로주의」라는 구야당의 국감행태를 배척하는 대신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정도를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국감지원 부서인 정책실은 이를 위해 이미 지난 7월부터 국감자료 준비작업을 해왔으며,9월말이후 준비된 자료집을 교재로 전문위원과 의원·보좌관 합동세미나를 가져왔다.
국민당에서 특히 중점을 두는 것은 정주영대표의 「경제대통령」 이미지에 맞는 경제정책 분야와 6공 의혹사건들. 「경제국감」의 선봉은 재무위의 차화준(전 경제기획원 차관보)·상공위의 차수명(전 상공부 차관보·특허청장)의원 등 전직 관료들이며,경부고속전철·영종도신공항 등 6공 의혹사건에 대해서는 별도의 자료용 책자까지 만들어 배포했다.<박보균·오병상·이상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