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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때 독 진주 소군/여성 2백만명 “겁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독일 영화 『해방자와…』폭로
2차대전말 독일에 진주한 구소련군이 저지른 부녀자 성폭행 실태가 최근 독일에서 영화로 제작돼 관객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베를린에서 개봉된 『해방자와 피해방자­전쟁,부녀폭행,자녀』라는 제목의 이 다큐멘터리영화는 일제하 한국인 종군위안부들의 수난을 연상케할 정도로 나치독일이 수세에 몰린 2차대전말부터 종전 직후까지 소련군에게 성적 노리갯감이 됐던 독일여성들의 뼈아픈 과거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피해여성들의 생생한 증언과 관계기록 등을 토대로 제작된 『해방자와…』는 당시 최소 2백만명의 부녀자들이 소련군에 겁탈당했으며 특히 베를린의 경우 시 전체여성의 7% 가량인 11만명이 붉은 군대의 성적 노예가 됐다고 폭로하고 있다. 영화는 또 45년부터 46년 여름까지의 베를린 일원 병원들의 출산기록을 검토한 결과,5%가 부친난에 러시아 병사라고 적혀있었다고 밝히고,통상 강간에 의한 임산부들중 90% 가량이 임신중절수술을 받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억지임신 여성들의 숫자는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실상이 폭로되자 독일인들은 충격과 수치심이 복합된 착잡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독일 거주 외국인들에 대한 테러를 자행하는 등 배타적 민족감정을 표출해온 일부 게르만 민족주의자들은 이를 자신들의 과격행동을 정당화 하는 호재로 활용하려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해방자와…』의 제작진들은 『동서유럽의 진정한 통합을 위해서는 양측의 화해를 방해하는 요소를 명확히 밝혀내지 않으면 안된다』며 내년 2월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도 이를 상영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한편 주변에서는 이 영화가 충격적 사실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한국에서의 종군위안부 문제처럼 당사국간 외교쟁점으로 비화할 만큼 사회적 공정을 얻지는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이 일방적인 피해자인 것과는 달리 독일은 2차대전 막판 수세에 몰리기 이전까지 무려 2천만명의 소련인을 죽인 「원죄」를 안고 있기 때문에 소련군의 성폭행 문제를 공식 거론할 입장이 못된다는 설명이다.<정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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