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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술요법 "체계적 연구로 진료기반 다질때〃|양방과의 협조진료 등 제도적 뒷받침 필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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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국행 치료여행 등 관심"고조">
최근 한라그룹 정인영 회장이 중국에서 뇌졸중을 치료하고, 국내에서도 침술마취가 성공한 것 등을 계기로 침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성급한 일부 환자들은 돈 가방을 챙겨들고 중국으로 치료여행을 떠나기 위해 한의원이나 여행사 등에 문의를 하고 있다. 국내 한의학계는 이에 대해 굳이 중국까지 갈 것 없이 국내 침술수준으로도 뇌졸중의 치료는 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런가하면 아직도 일부에서는 침술을 그 효능을 인정키 어려운 민간요법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같이 엇갈리는 평가 속에 우리의 침술이 보다 활발히 체계적으로 연구돼 1차 진료의 한부분을 맡아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의 소리가 높다.
지난 71년 닉슨 대통령의 중국방문이후 점차 신비의 베일을 벗기 시작한 침술이 최근 들어서는 거의 모든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77년 인류질병의 75%는 침요법만으로 치료와 예방이 가능하다고 평가했으며, 이어 79년엔 49개의 주요질환에 침요법이 효과적이라고 공인했다.
경희대 한의대 김재규 교수(침구과)는 침술이 잘 듣는 질환으로 ▲안면신경마비·사지마비·중풍 반신불수 등 각종 마비성질환 ▲두통·치통·요통·늑간 신경통·관절염 등 통증을 호소하는 질환 ▲중풍에 의한 발작·소아경풍·간질발작·쇼크 등 구급을 요하는 질환 등을 꼽았다.
이밖에도 WHO가 효력을 공인한 질환으로는 감기·기관지염·급성결막염·소아근시·변비·설사 등이 있으며 최근엔 마취나 금연·비만증 치료 등에도 적용돼 효과를 거두고 있다.
침구요법은 미·일·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새로운 의학분야로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로 등한시돼 침구학연구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고 따라서 수준도 이들 나라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중국과 한의학 교류를 추진해온 임덕성 박사(전 서울시한의사협회장)는『정회장의 경우 사독이나 우황·사향·복방단삼 등의 엑기스를 정맥 주사하는 약침요법과 기공·마사지 등의 치료를 받았다』며 이같은 치료법은 중국에서는 국가정책으로 육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우리의 경우 한양방이 이원화돼 있어 협조진료가 불가능하다』며『침술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체계화하기 위해 필수적인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이 제한돼있어 사실상 과학적 연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교수는 최근 자신이 성공시킨 침술마취도 양방의 비협조로 환자를 구하지 못해 이제야 가능했다며 침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반드시 있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부에서는『한의학계 내에서도 의료보험수가가 낮은 침술보다는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첩약과 보약 등의 연구에 치중해 온게 사실』이라며 한의학계의 자성과 자발적인 연구풍토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경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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