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holic] 전직 대통령 등 앞장 … '걸어서 학교 가기' 큰 호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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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이제 걷기는 열풍을 넘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걷기가 널리 퍼진 것은 1980년대 환경보호.반핵반전 운동이 확산하면서다. 당시 독일인들은 걷기 운동을 문화 캠페인의 하나로 활용했다. 자동차 운행을 자제하고 대신 걷기를 확산함으로써 오염물질 배출을 줄여 환경을 살리고 사회를 건강하게 바꿔보자는 것이었다.

카를 카르스텐스 전 독일 대통령 등 저명인사들이 걷기 운동에 앞장섰다. 걷기 운동가들은 특히 자신이 사는 동네, 인근 지역과 고향 마을을 걸으면서 스스로 뿌리와 정체성을 되돌아 보는 계기로 삼았다. 국토와 고향을 직접 걸으면서 공동체를 생각하는 봉사정신을 기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걷기는 축구 못지않은 인기 스포츠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됐다.

85년에는 걷기협회가 설립돼 전국 조직망을 갖추었다. 이 단체는 2000년부터 활발하게 유럽연합(EU), 세계보건기구(WHO) 및 시민.환경단체와 손잡고 각종 심포지엄과 행사를 주도하며 걷기 열풍을 확산하고 있다.

특히 2004년 9월부터 유치원과 초.중등 학교를 대상으로 '걸어서 학교에 가자'는 운동을 펼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부모들이 자녀를 자동차에 태워 학교에 데려다 주지 말고, 학생들이 직접 걸어서 집에서 학교까지 오가도록 하자는 운동이다. 걸어다니니 운동도 되고, 친구끼리 말동무도 하고, 동네 사람들과 인사도 할 수 있어 공동체 정신 함양에도 좋지 않겠느냐는 취지다.

현재 독일에는 마을마다 걷기 동호회가 결성돼 있다. 또 인터넷(www.lauftreff.de)을 통해 날마다 전국 각지에서 펼쳐지는 걷기 행사를 안내할 정도로 생활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베를린=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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