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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나면 빚 안 받아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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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죽거나 큰 사고를 당하면 카드빚이나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아도 되는 금융상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 재해로 빚 갚을 능력이 없어진 당사자는 물론 남은 가족들이 빚을 떠안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현대캐피탈은 6일 신용대출 상품인 '프라임론'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금 상환면제 서비스를 시작한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대출금 상환이 어려워지면 사고 시점의 남은 채무를 전부 면제해 주는 서비스다. 단 대출 고객이 사고로 사망하거나 50% 이상의 고도 후유 장해 판정을 받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프라임론 대출을 받을 때 대출금 상환면제 서비스 가입 의사를 밝히면 추가비용 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2005년 첫선을 보인 삼성카드의 'S-크레딧 케어 서비스'도 비슷한 성격이다. 카드를 쓴 고객이 사망이나 질병 등으로 카드대금을 갚지 못하게 될 경우 채무를 면제하거나 유예해 주는 신용보호 서비스(DCDS)다. 대출금 상환면제 서비스가 대출 사고를 보장해 주는 보험을 금융사가 고객 대신 들어주는 성격이라면, 신용보호 서비스는 카드사가 직접 보험 성격의 신용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회원들로부터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받아 이 가운데 일부를 재보험에 가입해 사고가 나면 보장받는 식이다. 카드사는 연체나 부실 위험을 줄일 수 있고 회원들은 적은 수수료로 카드대금을 안정적으로 유예 또는 면제받아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걸 막을 수 있다.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출금 상환면제 서비스와 달리 'S-크레딧 케어'는 개인 신용이 나쁘면 가입할 수 없다. 또 똑같은 사고를 당했더라도 고객이 처한 상황에 따라 아예 카드대금을 면제받거나 아니면 단순히 유예되는 등 보장수준도 달라진다.

지난해 초 보험사들은 이 서비스가 보험과 유사하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금융감독 당국은 이를 보험이 아닌 신용관리 상품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최근 금융감독원은 이 서비스를 전업계 카드사에 한해서만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카드 이외의 다른 카드사도 비슷한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현대카드가 가장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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