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시리즈대권 노리는 강병철 감독 누가 독수리를 두려워하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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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경기를 치러갈수록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는 것 같아 빙그레와도 해볼 만 하다.』
4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해태를 10-4로 꺾고 3승2패로 한국시리즈 진출티킷을 거머쥔 강병철 롯데감독은 상기된 표정으로 소감을 피력했다.
강 감독은 시즌초반부터 에이스인 윤학길·박동희·염종석 등을 LG·쌍방울·태평양 등 하위 팀과의 대결에 집중투입, 강팀을 피해 승수를 착실히 챙기는 우회전술로 상위권(3위) 확보에 성공했다.
당초 삼성·해태와의 포스트시즌 시리즈를 앞두고『선수들이 큰 경기를 치른 경험이 없는 것이 취약점』이라며 우려했던 강 감독은 착실한 투수력으로 약점을 커버, 5차전까지 몰고 간 끝에 승리를 거두는 뚝심을 발휘했다.
롯데가 강적인 삼성·해태를 무너뜨릴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염종석이란 걸출한 투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선풍의 이면에는 승부를 최종전까지 끌고 간 강병철 감독의 참을성 있는 투수로테이션이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일부 전문가들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해태3루수 한대화의 실책으로 2점을 거저 얻어4-4가 됐을 때 박동희를 투입, 승세를 틀어쥐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1차전을 어렵게 이긴 후여서 경기의 흐름상 롯데의 역전승이 유력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강 감독은 당초계획대로 2진급투수들인 윤형배·김상현에게 계속 마운드를 맡겨 결국 8-4로 패하고 말았다.
이에『2차전에서 에이스를 투입, 해태타격의 맥을 끊었어야 했다』는 비판이 빗발치기도 했다.
강 감독은 한국시리즈도 서두르지 않고 7차전까지 승부를 끌고 갈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염종석이 최소한 두게임을 완투할 수 있고 윤학길·박동희가 1승씩만을 따내준다면 빙그레를 꺾는 일도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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