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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개선 「수요」 줄여야/택시짜증 폭발직전:하/대책은 없는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서울/하루 320만명 이용… 10%가 2㎞ 미만/일률적인 요금구조도 문제/사업주들 경영의식 시대흐름 따라가야
현재 우리가 앓고 있는 택시 열병을 일본은 60년대에 치렀다. 그리고 요금자율화,업주들의 경영개선,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택시정책으로 치유책을 찾았다. 소위 「가미카제(신풍)택시」로 불리는 살인택시가 여론의 질타대상이 되면서 일본정부는 동경·대판 등 6대 도시의 택시요금을 지방자치단체별로 자율화하고 70년 제정한 「택시업무 적정화 임시조치법」을 근거로 사업자들이 출자,동경에 택시근대화센터를 설립했다.
택시근대화센터는 행정권을 위임받아 ▲운전기사 등록 ▲운전기사의 자질 향상을 위한 지도단속 ▲승차장 설치 ▲24시간 분실물신고처리 등 이용자 고충처리 ▲신규채용자 등 운전기사 교육 ▲지리시험 ▲기사식당·공원휴게소 등 복리후생 ▲승객의 의식조사 등 홍보활동 ▲우수택시종사자 표창 등의 업무를 맡고 있으며 이같은 노력의 결실로 현재 동경의 택시운전기사는 초임 45만엔(2백70만원 상당)의 고소득층으로 승객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택시문제는 수요·공급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서울의 경우 택시수송분담률이 12.6%로 하루 3백20만여명이 이용합니다. 이용자중 10%가 버스로 두 정거장 거리인 2㎞미만을 택시로 이용하고 31.2%가 출근,4.9%가 등교 목적으로 택시를 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같은 현실에서는 어떤 택시정책도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우선은 획기적인 버스지원·육성 등 대중교통대책으로 택시수요를 줄여야 합니다.』
교통부 이헌석도시교통국장은 『단기대책으로 현재의 버스전용차선을 개선시킨 버스단독차선이나 버스분리도로를 만들어 대중교통은 편리하고 승용차는 불편한 교통체계가 돼야한다』고 지적한다.
그 다음이 불합리한 요금체계. 택시 운임을 물가정책 차원에서 다루다 보니 인가기준이 없다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일본의 경우 운임의 최종 승인권자인 운수대신은 ▲적정원가 ▲적정이윤 ▲이용객의 부담능력 등을 고려해 요금을 정하도록 법률로 의무화하고 있다.
『체증 정도·운행형태가 지역에 따라 모두 다른데 일률적으로 요금을 정한다는 것은 요금정책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요금인상 못지않게 도시별 차등제를 인정해야 합니다. 시간·거리병산제,단거리대 장거리의 불합리한 요금구조나 승객수에 따른 할증료·화물 할증료도 검토돼야할 사항들입니다.』
교통개발연구원 차동득부원장은 한국고유의 운송형태로 현행 택시는 요금구조를 손질해 합승을 인정하는 준대중교통수단으로 두고 시간가치가 높은 승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고급교통수단으로 요금이 비싼 고급택시를 두는 절충안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택시문제는 교통안전 차원에서도 정밀분석할 필요가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90년 택시 교통사고로 7백14명이 사망했고 91년에는 7백56명이 사망,3만6백83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보다 택시수가 7만대나 많은 일본(25만대)에서 지난해 84명이 숨진 것과 비교하면 9배나 많은 숫자다. 결국 택시문제를 방치하고 있는 사이 충분히 막을수 있는 많은 목숨이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또 택시면허만 따면 「땅짚고 헤엄치기식」 경영을 기대하며 면허속에 안주하는 사업주들도 적극적인 경영개선,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금교섭위원 매수설이 분규를 촉발하는 수준의 원시적인 경영으론 「백약이 무효」이기 때문이다.<엄주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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